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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경철 Mar 29. 2022

경험은 착각의 어머니

C.S 루이스의 스크루 테이프의 편지 중

C.S 루이스의 ‘스크루 테이프의 편지’는 스크루 테이프라는 노련한 선임 악마가 이제 막 일을 시작한 어린 악마 조카에게 보내는 31통의 편지이다.

신참 악마는 전쟁을 겪고 있는 한 청년을 담당하고 있는데 스크루 테이프는 그 청년 인간이 전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살아남기만 하면 그때부터는 시간이 악마의 편이 되어준다는 것이다. 중년의 시기를 힘들게 보냈던 사람에게는 계속되는 좌절과 실패의 경험이, 성공가도를 달린 사람에게는 세상이 자신의 것이라는 경험이 서서히 인간의 영혼을 흐리게 한다고 말한다. 인생을 살아오면서 겪었던 주관적이고 제한적인 경험이라는 것의 한계와 세월의 흐름에 자신도 모르게 물들어 버리게 되는 빛바랜 순수함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흔히들 경험은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귀한 것이고 성공한 다른 사람의 경험을 듣기 위해 돈을 지불하는 것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누군가의 경험이 다른 누군가에게도 같은 결과를 준다는 생각, 내가 겪은 경험이 앞으로의 나의 삶에도 여전히 유효할 수 있다는 생각은 착각일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아이들에게 좋은 인생의 선배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에게 인생을 먼저 살아본 사람으로서 시기에 맞춰 적절한 가이드를 해주는 그런 엄마가 되고 싶었다. 나의 착각이 아이들에게 주입되지 않기를, 나의 착각이 나의 미래를 결정하지 않기를 바라본다.     



C.S 루이스의 스크루 테이프의 편지 중     

진정한 세속성은 시간의 작품이야. 물론 교만의 도움도 받긴 한다만. 우리는 조금씩 다가오는 죽음을 분별이니 성숙이니 경험 따위의 말로 표현하도록 교육한다. 특히나 우리가 교육해 놓은 특별한 뜻으로 쓰기만 한다면 경험이야 말로 가장 쓸모 있는 단어이지. 예전에 한 위대한 인간 철학자가 미덕에 관한 한 “경험은 착각의 어머니”라고 말하는 바람에 하마터면 비밀이 탄로 날 뻔한 적이 있었지만, 유행의 변화와 역사적 관점에 힘입어 그 책의 해악을 대부분 무마시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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