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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경철 Mar 29. 2022

생이 나를 짓밟고 지나가면

로맹 가리 (이멜 아자르) 장편소설 ‘자기 앞의 생’ 중에서

며칠 전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1편을 보았다. 1996년 개봉작이니 벌써 26년 전 과거의 영상이다.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톰 크루즈의 빛나는 외모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너무 잘생겼다.’를 연발하던 중 문득 그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 나는 영화의 화려한 액션에 열광했던 것이 생각났다. 왜 그때는 톰 크루즈의 눈부신 외모가 우선이 아녔을까를 생각해보니 내가 환갑을 바라보는 지금의 톰 크루즈의 모습을 알기 때문인 것을 깨달았다.        


로맹 가리의 장편소설 ‘자기 앞의 생’은 모모라는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쓰여 있는 책이다. 모모는 매춘부의 아이만 맡아서 길러주는 창녀 출신 유태인 로자 아줌마 밑에서 자라고 있다. 로자 아줌마는 나이가 들면서 비대하게 살이 찌고 병들었다. 어느 날 모모는 로자 아줌마의 젊은 시절 사진을 본다. 지금과는 너무나 다른…. 사진을 보며 모모는 생각한다. ‘생이 나를 짓밟고 지나가면 나는 어떤 모습이 될까’ 하고.      


글의 표현대로 생은 우리를 짓밟고 가버린다. 바짓가랑이를 잡을 수도 없고 속도를 늦출 수도 없다. 같은 무게와 속도로 당당하고 담담하게 짓밟고 가버린다. 가는 세월이 무정하다는 말이 딱이다. 그래도 위로가 되는 것은 그 생이 모두에게 동일하다는 것이다. 세기의 미남 톰 크루즈도 지극히 평범한 나에게도…. 그러니 너무 억울해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밟힘을 당할 그 당시에는 잘 모른다. 밟히고 나서 시간이 흐른 후에 알게 된다. 이것이 어쩌면 생이 우리에게 주는 배려인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어쩌다 찍힌 사진에 너무 늙어버린 내 모습을 보고 씁쓸해질 때가 있다. 하지만 나도 젊음으로 반짝이는 시절이 있었고 또 세월이 지난 후에 지금의 내 모습도 젊음으로 아름다워 보이겠지…. 그러니 생의 마지막을 두고 거슬러 보면 나의 인생은 지금도 젊음으로 반짝이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반짝이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고 다짐해 본다.      



로맹 가리 (이멜 아자르) 장편소설 ‘자기 앞의 생’ 중에서     

나는 수차례 거울 앞에 서서 생이 나를 짓밟고 지나가면 나는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를 상상했다. 손가락을 입에 넣어 양쪽으로 입을 벌리고 잔뜩 찡그려가며 생각했다. 이런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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