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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경철 Dec 08. 2022

아침마다 새로 찾아오는 손님

베셀 반 데어 콜크의 ‘몸은 기억한다’ 중에서

“xx는 정말 얄미워요. 오늘 축구를 하는데 자기가 잘못 공을 차서 내 허벅지에 맞았는데 미안하다는 사과는 안 하고 왜 거기 있냐고 도리어 화를 냈어요.”

“그래서 넌 어떻게 했어?”

“그냥 가만히 있었어요.”

“나쁘네. 사과도 안 하고.”

“그리고 만들기 시간에는 만들기 다 끝나면 같이 청소해야 하는데 청소 안 하고 혼자 쏙 빠져나가요.”

“너는 왜 청소 안 하냐고 그러지 그랬어.”

“했어요.”

“그랬더니?”

“할 거야. 이렇게 말은 하는데 안 해요.”

“그럼 청소할 때까지 따라다니면서 청소해!라고 말해. 할 거야 그러면 지금 해! 한다니까 그러면 그러니까 지금 당장 하라고! 이렇게 말해”

내가 오버해서 상황극을 연출하며 말하니 아이가 피식 웃는다.

“엄마. 나는 그렇게 말 못 해요.”

“그래. 엄마도 잘 못해.”


그렇다. 나도 그렇다. 대 놓고 말하지 못하고 혼자서 분을 삭이고, 그래 그 사람은 그런 사람이니 그냥 그러려니 하자며 자기 위로를 한다. 40년 넘게 살면서 얻은 노하우도 지혜도 아니다. 나는 그냥 그런 사람인 것이다. 감정을 잘 드러내지 못하고 남 앞에서 큰소리치지 못하는. 그래서 늘 손해 보는 것 같고 스스로 초라한 느낌이 드는 것도 여전하다. 이런 생각들 감정들이 찾아오면 훌륭하게 접대하라는 글을 읽었다. 나 자신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 스스로가 나에게 관심을 가지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위로해주고 따뜻하게 안아주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왜냐하면 그게 나니까.      


베셀 반 데어 콜크의 ‘몸은 기억한다’ 중에서  

   

인간이라는 존재는 게스트 하우스 같다. 아침마다 새로 찾아오는 손님이 있다. 기쁨, 우울함, 비열함, 그리고 몇 가지 찰나의 인식이 예고 없는 방문객처럼 찾아온다. (…) 전부 환영해 주고 즐겨라. 모든 손님을 훌륭하게 접대하라. 어두운 생각, 수치심, 악의가 담긴 마음, 모두 문간에서 웃으며 맞이하고 들어오라고 하라 누가 오든 고마워하라. 모두 저 멀리에서 가이드가 보낸 손님들이니까. - 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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