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주 심농의 '매그레 시리즈'를 읽고
파리 경찰청 기동수사대 ‘매그레 경감!’ 벨기에 작가인 조르주 심농의 소설에 등장한다.
매그레래는 중년의 나이에 180센티의 키, 덩치가 크고 파이프 담배를 즐겨 피우며 맥주를 좋아한다. 아이는 없이 아내와 살고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 캐릭터 중의 한 명이다.
매그레는 사건의 전체의 분위기를 감지하려고 하고 호기심과 직감을 따라 이곳저곳을 찔러보고 움직인다. 내가 최근에 읽은 세 권 중 한 권(플랑드르인의 집)은 범인을 그냥 놓아주고, 다른 한 권(베르주라크의 광인)은 책 초반에 부상당해서 침대에서 누워있으면서 아내의 도움을 받아 사건을 해결한다. 나머지 한 권은(생피아크르 사건) 직접 사건을 해결하지도 않는다.
경찰관이라기보다는 기자나 작가 같은 시선으로 사건을 대하는 것 같다. 무뚝뚝하고 말이 없는 매그레는 자신의 생각이나 수사진행 상황을 누군가에게 명확하게 이야기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매그레의 시선과 움직임을 부지런치 쫓아가면서 읽는 수밖에 없다. 그러면 어느새 내리는 비로 인해 파이프 담배가 꺼지는 것을 투덜거리는 매그레의 심정을 공감하고 매그레가 꺼림칙하게 여기는 사람이나 장소를 의혹의 눈초리로 보게 된다.
예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조르주 심농의 매그레 시리즈가 다시 읽고 싶어 도서관을 찾았었다. 총 3권이 비치되어 있었다. 도서위치를 출력해 보니 ‘보존자료실’이라고 적혀 있다. 사람들이 찾지 않는 책은 서가의 공간이 부족해서 ‘보존자료실’로 옮겨진다고 했다. 도서관 사서에게 따로 부탁해야 책을 받을 수 있다. 사서로부터 받은 책은 책장을 넘기기가 힘들 만큼 빳빳했다. 조르주 심농의 ‘매그레 시리즈’가 ‘보존자료실’에 어울리지 않다는 것을 유명인사들의 말을 빌려 대신해 본다.
‘(일생의 가장 중요한 변화 두 가지에 대해 묻자) 브루고뉴 와인보다 보르도 와인을, 아르센 뤼팽보다 매그레 반장을 좋아하게 되었다는 점’ - T.S. 엘리엇
‘만약 아프리카 우림에서 비 때문에 꼼짝 못 하게 되었다면, 심농을 읽는 것보다 더 좋은 대처법은 없다. 그와 함께라면 난 비가 얼마나 오래 오든 상관 안 할 것이다’ -허밍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