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 자런의 ‘랩 걸(Lab girl)’ 중에서
교회에서 혼자 앉아 있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았다. 어린이 예배 시작 전이라 대부분의 아이들은 자리에 앉아 있지 않고 돌아다니거나 삼삼오오 모여서 놀기 바쁜데 나의 아이는 혼자 앉아 있다.
사교적인 성격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무리에서 떨어져 혼자 있는 모습을 처음 보았을 때는 당황스러웠다. 혹시 따돌림을 당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아이를 불러 혼자 있는 이유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내가 하고 싶지 않은 놀이를 하는데 저는 같이 하기 싫어요.’
아이의 대답은 단순하고 명료했다.
외국에서 살다가 와서 한국에서의 아이들의 놀이에 대해서 잘 몰라서 그런 걸까, 아니면 정서가 좀 달라서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아이를 붙잡고 내 마음에 안 들어도, 싫어도 함께 어울릴 줄 알아야 하는 거라고 말했다. 노력이 필요하고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질 거라고 말했다. 친구를 사귀는데 까다롭고 하기 싫은 것은 안 하려고 하는 아이의 고집스러움이 답답했고 조바심이 났다.
‘같이 놀지 못해서 속상하고 그렇지는 않아? 놀고 있는 아이들 속에 너도 막 들어가고 싶고 그렇지 않냐고!’
‘그다지요.’
‘그래?’
‘함께 놀지 못한다고 해서 속상하거나 힘들거나 그렇지는 않다는 거지?’
‘네. 별로요.’
‘그래?’
아이는 원하지 않고 힘들지 않은데 내가 혼자 있는 아이의 모습을 보는 것이 힘든 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지나고 적응하고 나이가 들면 좀 나아지겠지, 그리고 아이의 지금의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자 라는 생각으로 더 이상의 잔소리는 그만두기로 했다.
이곳에 온 지도 2년이 되었다. 나의 아이는 여전히 혼자 있을 때가 많다. 하지만 이곳 생활이 좋다는 아이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도, 말이 없지만 속이 깊고 신중한 아이라는 것도 안다. 마음과 생각이 건강하고 단단한 아이가 되길 기도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안다.
호프 자런의 ‘랩 걸(Lab girl)’ 중에서
잠시 후에 아이는 눈을 감고 물었다. “저 이제 호랑이로 변신했어요?” 나는 아이를 위아래로 훑어본 다음 말했다. “아니.”
“왜 아직 아니죠?”
“오래 걸리기 때문이지.”
“왜 오래 걸려요?” 아이는 포기하지 않고 물었다.
“왜냐고?”엄마도 몰라. “ 나는 그렇게 인정한 다음 덧붙였다. "자기가 원래 되어야 하는 것이 되는 데는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린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