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에서 태어났고 결혼할 수 없는 운명을 가진 주인공 티타는 음식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음식을 만들며 인생을 살아간다. 소설은 티타가 만드는 12가지 요리가 차례차례 소개되면서 전개된다. 티타의 요리는 티타의 감정이 반영되어 그것을 먹은 사람들에게까지 전해진다.
가령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의 언니와 결혼하게 되어 슬픔으로 만든 '차벨라 웨딩케이크'는 그것을 먹은 사람들 모두에게 실연의 아픔에 눈물을 흘리며 구역질을 하게 만든다. 사랑하는 사람이 선물한 장미꽃에 주인공 티타의 피가 스며 들여져 만들어진 ‘장미 꽃잎을 곁들인 메추리 요리’는 최음제와 같은 역할을 하며 먹는 사람들에게 사랑의 마음과 몸짓 발산하게 만들기도 하고, 행복에 겨워 만든 ‘아몬드와 참깨를 넣은 칠면조 요리’는 그것을 먹은 사람들 모두를 흥분 상태에 빠지게 해서 웃고 떠들어대게 만들었다.
소설 속에서 만큼의 효과는 아닐지라도 음식은 만드는 사람의 무엇을 담고 있다. 그 무엇이 먹는 이에게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이유식을 만들 때 가스레인지 앞을 떠나지 말고 다 될 때까지 지켜봐라, 밥이 맛있으면 반찬이 조금 맛없어도 되니 밥은 그때그때 지어서 먹어라. 음식 못하는 딸에게 엄마가 해 주신 말은 솜씨가 없으면 정성이라도 들어가게 하라는 것이었다.
엄마가 만든 음식은 왜 많이 먹어도 탈이 나지 않는지, 먹어도 먹어도 왜 질리지 않는지, 힘들 때 생각나는 것은 왜 엄마음식인지, 나이가 들고 엄마가 되어보니 알 것 같다. 그 속에 무엇이 들어 있었는지를.
라우라 에스키벨의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중에서
티타는 삶의 즐거움과 먹는 즐거움을 혼동했다. 부엌을 통해 삶을 알게 된 사람에게 바깥세상을 이해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부엌문에서부터 집 안쪽까지 연결된 거대한 세상은 티타의 손안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