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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경철 May 18. 2023

소박하고 아담한 공백 속, 정겨운 침묵 속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중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읽었다. 소설가가 달리기를 이야기한다니 궁금했다. 하루키는 전업작가의 삶을 결심하면서부터 달리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달리기를 하지 않았다면 자신의 작품이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하루키에게 달리기와 글쓰기는 맞닿아 있다.   

  

글의 전체 윤곽은 ‘매일 꾸준히 달리기 연습을 하고, 마라톤 대회 혹은 트라이애슬론 레이스에 참가’하고의 반복이다. 그러나 단조로운 그 매일의 일상 속에 하루키의 철학과 힘이 있다. 그것을 나는 ‘공백의 힘’이라고 부르고 싶다.


‘나는 달려가면서 그저 달리려 하고 있을 뿐이다. 나는 원칙적으로는 공백 속을 달리고 있다. 거꾸로 말해 공백을 획득하기 위해서 달리고 있다,라고 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중략) 강물을 생각하려 한다. 구름을 생각하려 한다. 그러나 본질절인 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생각하고 있지 않다. 나는 소박하고 아담한 공백 속을, 정겨운 침묵 속을 그저 계속 달려가고 있다. 그 누가 뭐라고 해도, 그것은 여간 멋진 일이 아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중에서)     


유튜브에서 어느 뇌 과학자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소위 ‘멍 때리고 있을 때,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있을 때’ 인간이 창의적인 사고가 생겨난다고 했다.     

하루키의 달리기는 공백의 시간을 그에게 주었고 그 공백의 시간은 하루키에게 창조의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혼자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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