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중에서
아고타 크리스토프는 헝가리에서 태어나 1956년 반체체 운동을 하던 남편과 함께 조국을 탈출해서 스위스에 정착했다. 하루 종일 공장에서 일하며 모국어 대신 새로운 언어(프랑스어)를 배워 글을 썼다고 한다.
그녀가 쓴 세 개의 글을 묶어 국내에 출간된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에서 제2차 세계대전 중 어린 시절을 보낸 작가는 전쟁의 참혹함과 일상을 명료하고 건조하게 써 내려간다. 사상과 체제의 희생이 된 사람들의 모습을 가차 없이 드러낸다. 인간 내면의 갈등과 모순을 치열하게 마주하며 분명하게 말한다.
작가의 자전적 글인 ‘문맹’에서 그녀는 어떻게 작가가 되는가 하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어떻게 작가가 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은 이것이다. 우리는 작가가 된다. 우리가 쓰는 것에 대한 믿음을 결코 잃지 않은 채, 끈질기고 고집스럽게 쓰면서.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문맹’ 중에서)"
간결한 작가의 문체는 힘이 있다. 음악에서 ‘점점 세게’를 의미하는 ‘크레셴도’처럼 의미를 향해, 주체를 향해 큰 보폭으로 끈질기고 고집스럽게 뚜벅뚜벅 나간다. 나는 첫 장부터 마지막장까지 작가의 보폭에 맞춰 홀린 듯 따라갔다.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중 ‘3부 50년간의 고독’ 중에서
소년은 조서에 서명을 했다. 거기에는 세 가지 거짓말이 적혀 있었다.
국경을 같이 넘은 남자는 그의 아버지가 아니었다.
이 소년은 열여덟 살이 아니고, 열다섯 살이다.
이름은 클라우스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