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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경철 Jun 02. 2023

단순한 이름에 불과할 뿐이다

존 윌리암스의 ‘스토너’ 중에서

윌리엄 스토너는 1910년, 열아홉의 나이로 미주리 대학에 입학했다. 8년 뒤,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 그는 박사학위를 받고 같은 대학의 강사가 되어 1956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강단에 섰다. 그는 조교수 이상 올라가지 못했으며, 그의 강의를 들은 학생들 중에도 그를 조금이라도 선명하게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중략) 노장교수들에게 스토너의 이름은 그들을 기다리는 종말을 일깨워주는 역할을 하고, 젊은 교수들에게는 과거에 대해 아무것도 일깨워주지 않고 동질감을 느낄 구석도 전혀 없는 단순한 이름에 불과할 뿐이다. 

(존 윌리암스의 ‘스토너’ 중에서)     



존 윌리암스의 소설 ‘스토너’의 첫 부분이다. 주인공인 ‘스토너’의 인생에 대한 이 간략한 설명은 ‘스토너’의 인생이 별것 없었다고 말하는 듯하다.


3인칭으로 쓰인 이 소설은 ‘스토너’의 일생을 이야기한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농업기술을 배우기 위해 가게 된 대학에서 그는 운명적으로 문학을 접하게 되고 결국 영문학교수가 되기까지 이른다. 정신이 건강하지 못한 아내와의 불행한 결혼생활, 한 교수와의 알력다툼에서 밀려나 부당한 대우를 당하기도 하고 제자와 사랑에 빠져 그 후유증으로 한쪽 귀가 멀게 된다. 하나밖에 없는 딸은 자신을 멀리 떠나 알코올중독자가 되고 암에 걸린 스토너는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인생의 장면들을 회상하며 죽음을 맞이한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작가가 첫 단락에서 스토너의 인생을 왜 그렇게 무미건조하게 설명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가난한 시골청년의 성공이야기가 될 수 도 있고 불행한 결혼생활을 한 쓸쓸한 중년의 이야기가 될 수 도 있는데 왜 작가는 마치 ‘스코어’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썼을까.      


나는 작가가 '스토너‘의 1인칭 시점이 아닌 3인칭 시점으로 글을 쓴 것에서 나름대로 그 이유를 찾았다. 사람들의 인생은 저마다 그 나름의 사연과 굴곡과 아픔과 극적인 요소가 있지만 3자의 입장에서는 그냥 그저 누군가일 뿐이다. 삶은 시간의 연속이고 죽음으로 그 연속성은 사라진다. 그리고 인생은 개성을 잃고 잊힌다. 하지만 아무리 평범해 보일지라도 한 사람의 일생을 들여다보면 아픔과 기쁨과 좌절과 희망이 있다. 어느 누구의 일생이라도 그럴 것이다. 그것은 참 놀라운 일이다. 그러니 인생이 허무하다고도 하지만 아름답다고 하는 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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