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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경철 Apr 07. 2022

사람은 식물과도 같다.

호프 자런의 랩 걸(Lab girl) 중에서

육아휴직을 마치고 직장에 복귀를 하자 육아는 친정엄마의 몫이었다. 엄마는 딸의 별 대단할 것도 없는 경력의 단절을 막기 위해 아빠를 홀로 남겨두시고 손주를 봐주기 위해 상경하셨다. 하루 종일 아이와 씨름하고 계실 엄마를 생각하면서 급한 마음으로 나는 퇴근을 서둘렀었다. 그리고 집에서 홀로 밥을 해 드시고 계실 아빠를 생각하면 불효가 따로 없구나 하는 마음에 한숨이 나왔다. 이렇게 사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고민이 늘 있었다.     


그즈음에 ‘로마인 이야기’를 쓴 ‘시오노 나나미’의 인터뷰 기사를 우연히 보았다. 언제 글을 쓰냐는 기자의 질문에 시오노 나나미의 대답은 그 당시 내가 가진 문제가 단박에 해결되는 정답 같은 대답이었다. ‘아이들이 학교 가면 쓰기 시작해서 학교에서 돌아오면 그만둬요.’ 이것은 완벽한 일과 육아의 병행인 것이다! 나는 처음으로 작가라는 직업이 아주 좋은 직업이구나라고 생각했다. 이유는 아주 단순했다.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호프 자런의 ‘랩 걸(Lab girl)'은 식물 박사인 그녀가 어떻게 과학자의 꿈을 꾸고 그 길을 향해 달려갔는지에 대한 자전적인 이야기이다. 글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사람은 식물과도 같다. 빛을 향해 자라난다는 의미에서 말이다. 과학을 선택한 것은 과학이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기본적인 의미의 집, 다시 말해 안전함을 느끼는 장소를 내게 제공해준 것이 과학이었다. (호프 자런의 랩(Lab girl) 중에서)”     


육아와 일 그 어느 것 하나도 집중하지 못하던 중 남편의 해외 발령으로 나는 일을 그만두게 되었고 해외생활을 마치고 연고가 없는 작은 도시로 남편을 따라오게 되었다. 나는 지금 아이들을 학교와 유치원에 보내고 책을 읽고 글을 쓴다. 그리고 나는 편안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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