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경철 Jul 21. 2023

어떻게 그를 죽이지 않을 수 있겠나?

도널드 웨이스트레이크의 ‘액스(THE AX)' 중에서

회사의 합병으로 인한 구조조정으로 실업자가 된 사람이 있다. 2년 동안 구직활동을 했지만 성과가 없고 재취업에 대한 전망도 어둡다. 실업급여도 끝이 났고 지금까지의 자신의 인생과 가족의 생활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다. 누구도 자신을 도울 수 없다고 판단하자 그는 목표를 세운다. 자신의 가족과 자신을 위해 스스로 나서기로 결심한다. 


목표는 자신의 잠정적 경쟁자를 제거해서 자신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다. 

살인할 결심을 한다. 거짓으로 구인광고를 내서 이력서를 받은 후 자신과 경쟁이 될 만한 경력을 가진 사람 5명을 살인하고 마지막으로 자신이 가고자 하는 회사에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사람을 죽인다. 

여기까지만 보면 주인공이 ‘사이코’에 ‘살인마’라고 생각될지도 모른다. 분명 문제가 있다. 정상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 당위성이 있다. 살인을 할 수밖에 없는. 주인공은 스스로 자신의 살인을 정당방위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그들을 죽이지 않으면 자신과 자신의 가족이 위험에 처할 수밖에 없으니.   


읽는 내내 내 미간은 찌푸려져 있었을 것이다. 어처구니없는 살인때문만은 아니다. 평범한 가장이 살인자가 되기로 결심한 동기 너머에 있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 마라토너가 목표를 향해 뛰듯이 살인을 하는 주인공의 절박함, 스스로 이 길 밖에 없다고 위로하는 주인공의 간절함 등이 아무 죄 없이 죽임을 당하는 피해자의 모습에 뒤섞여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얼핏 절대 동감할 수 없을 만한 ‘중년가장의 피 튀기는 치열한 재취업 과정’을 이토록 가슴 졸이며 미묘하고 복잡한 심경을 가지고 읽게 만든 작가 '도널드 웨이스트레이크'에게 박수를!   


도널드 웨이스트레이크의 ‘액스(THE AX)' 중에서     


“과연 내가 그를 죽일 수 있을까? 진지하게 묻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정당방위일 수도 있다. 내 가족, 내 인생, 내 대부금, 내 미래, 나 자신, 내 삶을 살리는 일이니까. 명백한 정당방위다. 나는 그를 모른다. 그는 내게 아무 의미가 없다. 인터뷰를 읽어보니 세상 물정을 모르는 얼간이 같다. 그 자식을 죽이지 않으면 마저리와 벳지와 빌리와 내 인생이 절망과 좌절과 비탄과 공포로 질퍽해질 것이다. 어떻게 그를 죽이지 않을 수 있겠나? 걸려 있는 게 이토록 많은데.”     

작가의 이전글 매우 평범하고 우연적인, 심지어 희극적인 선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