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아이들이 집을 나가면 식탁 위의 아침식사 자리를 정리한다. 둘째가 않은 자리는 유독 지저분하다. 식탁 위는 물론이거니와 식탁 아래에도 계란 프라이나 사과가 덩어리째 떨어져 있고 삶은 계란인 경우에는 노른자가 부스러기처럼 떨어져 있다. 도대체 어떻게 먹길래 저렇게 음식이 떨어질까, 덩어리로 떨어진 음식들은 혹시 먹기 싫어 바닥으로 버리는 건가 하는 의심을 가지며 둘째가 먹는 모습을 유심히 보았다. 음식을 몰래 버리는 것 같은 낌새는 없다. 몸을 식탁에 바짝 붙이지 않고 먹는다던가 옆으로 앉아 먹다 보니 그런 것 같고 부주의한 성격도 한 몫하는 것 같다. 의자를 한쪽으로 치우고 식탁 밑을 청소한다.
청소가 끝나면 전기포트에 물을 올리고 커피믹스 봉지를 뜯어 컵에 부어넣는다. 나의 커피 취향은 인도에 사는 동안 생겼다. 한인마트에서 비싸게 사서 먹는 믹스커피가 너무 맛있었다. 하루에 한 개씩 타서 먹었다. 한국에 들어갔다가 인도로 다시 돌아갈 때도 믹스커피를 꼭 챙겼다. 무슨 믹스커피를 그렇게 좋아하냐고 하는 엄마가 말에 이제 아메리카노는 써서 못 먹겠어요라고 말했다. 커피를 타서 한 손에 들고는 방마다 켜져 있는 불을 끄고 가스도 확인한다. 그리고 안방 화장실 옆 화장대 용도로 만들어진 곳으로 간다. 나는 이곳에 의자를 두었다. 나의 허리에 닿는 선반은 독서실의 일인 책상크기보다는 작다. 노트북과 북 스탠드가 공간의 절반을 차지한다. 전면에는 천장까지 거울이 달려있고 머리 바로 위에 형광등이 있다. 오른쪽에 있는 수납장에는 성경책,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 공책들을 꽂아놓았다. 대리석의 차가운 느낌이 싫어 첫째 아이가 쓰던 피카추 그림이 있는 노란색 노트북 패드를 깔아 놓았다. 왼쪽에는 콘센트가 2구 있다. 집에서 가장 구석에 위치한 이 장소에서 머리 위의 형광등만을 켜 두고 나는 앞으로 2시간가량 달고 맛있는 믹스커피를 홀짝이며 읽거나 쓰기 위해 애쓰며 보낸다.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들 중 가장 재미있어 보이는 책은 자기 전 침대에서 읽기 위해 아껴두고 다른 책을 꺼내서 읽기 시작한다. 고개만 들면 보이는 내 얼굴을 보며 헝클어진 머리를 다듬기도 하고 너무 초췌하면 립글로스를 발라보기도 한다. 손톱에 거스러미를 보며 손톱깎이를 찾아 잘라낸다. 핸드폰을 보지 않기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치워두지만 진동소리가 신경이 쓰여 결국은 핸드폰을 열어본다. 산만한 나를 보며 내가 ADHD인가 의심하는 날도 있지만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게 책에 빠져 있을 때도 있다.
책을 어느 정도 읽고 나면 노트북을 열어 한글프로그램을 연다. 흰 화면을 바라만 보고 있을 때가 많고 가끔 자판을 두드릴 때도 있다.
나는 이 시간에 대한 정의를 내릴 수 없다. 이 시간이 내 인생에서 필요한 시간인지 허비하고 있는 시간인지, 몇 년 후 뒤돌아 볼 때 이 시간이 값진 시간이었다고 생각할지 그렇지 않을지에 대해서 잘 모르겠다.
오늘도 둘째가 먹은 자리에는 한 숟갈 분량의 요구르트가 떨어져 있다. 날씨가 추워졌다. 나는 자리에 앉기 전에 수면양말을 신고 옷도 한 겹 더 걸친다. 전기스토브도 발 밑에 켜 놓는다. 그리고 나의 자리에 앉아 믹스커피를 마시며 나의 시간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