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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두 글자

by 이철규미동이

간병기간.

아침저녁으로 매 끼니 준비한다.

모친간병 사이, 곡기는 해결해야겠기에.

아침은 삶은 누룽지와 계란 수란.

저녁은 불고기전골과 돼지머리 편육.

빠지면 섭섭한 두꺼비 한 잔.

父子가 마주 앉아 곡기 해결한다.


말 없다. 마구간 말이 아니다.

부친은 부친대로

아들은 아들대로.

어떤 말이 필요할까. 이심전심이라.

예전 같으면 없던 시건도 스토리텔링으로

분위기 업 시킬 터인데...

간병이 길어지자 말 수 또한 줄어든다.

그 많던 말들은 어디로 간 것인지...

식탁에 머리 박고 부지런히 수저질.

'딸그락' 그릇 긁는 수저 소리만 울린다.


부친이 수란그릇을 내 쪽으로 밀치신다.

'먹어라'는 신호다.

돼지머리 편육도 보낸다.

'많이 먹어라' 의미다.

간병의 고마움을 우회표현 이시다.


자식은 부모 그늘에 살아왔고

세월 흘러 부모는 자식 그늘막에 살아간다.

둥지 떠난 자식들이 보호막 되고 보니

모든 것이 새롭고 서먹하고 먹먹해진다.


반포지효(反哺之孝)

간병이 길어지자 심신이 지쳐간다.

마음속 심연에 자리매김한 에고가 꿈틀거린다.

가끔 까마귀 꽁지날개 라도 뽑고 싶은 생각 든다.


당일 여행도 며칠간 쉬어야 회복되는데

2박 3일 간병하면 세상사가 귀찮아진다.

심신이 지치니 꿈나락으로 떨어진다.

문득문득 이승과 저승을 오간다.

꿈인지 생시인가 분별없이 헷갈린다.


모친이 귀천하셨다.

에고에고 소리가 집안을 울린다.

불효막심이 문득 생각나자 에고소리가 더 켜진다.

눈물콧물 뒤범벅된다.

"야~야! 야~야! 소리가 울린다.

영원에서 지상으로 곤두박질한다. 뭐여!

"배고프니 마실 거 달라."

깜딱 놀라 보니 깨몽이다.

"뭐 하노, 빨리 마실 거 달라니까".

귀천하신 어무이 목소리다.

꿈인가 생시인가.

혹시나? 역시 현실이다!

지극한 정성은 현몽한다 했는데,

귀천하셔서 좋은 곳에 가시라 열공기도했는데...


정녕 하늘이 있는 건가 없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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