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점심 드시러 가요!"
도서관 벽시계에 눈이 간다
12시 05분.
학생들 오기 전에 먹어야 편하단다.
급식실로 발길을 옮긴다.
학동 식단 메뉴가 눈에 꽂힌다.
영양교사의 정성이 식단에서 느껴진다.
무농약 보리밥(쌀:국내산)
쇠고기 미역국(소고기:국내산)
닭고기 카레조림(닭:국내산)
곤드레나물
깍두기
요구르트
잠시 후 학동들이 몰려든다.
병아리 유치생 선두로 학년별로 밀려온다.
1학년 2학년.. 6학년.
전교생 90여 명 급식당은 한순간 시장판이 된다.
와글와글. 시끌시끌. 왁자지껄
학년이 묵을수록 할 말이 많은가 보다.
조잘조잘 소리가 불협화음 되어 울린다.
급실내 게시판.
'다음날에 요거 먹고 싶어요 해주세요'게시판.
학동들이 깨알 같은 글씨로 기록한다.
우동. 마라탕. 도시락. 떡볶이. 어묵 등.
마라탕도 가끔 한단다. 화끈해서 좋단다.
화끈한 마라탕.
화끈하게 먹고 방방 뛰는 것도 에너지다.
중식 후 교내 주변 소요.
인조잔디 깔린 운동장의 초록과 푸른 하늘이
안정감을 준다. 학교 중앙 비탈언덕에 소나무 한그루가 위풍당당 자리매김하고 있다.
개교 100주년이 넘었으니 수령도 비슷하지
않았을까 나름 생각해 본다.
윤봉길의사 동상이 꿋꿋이 내려다본다.
생가도 덕산골이고 다닌 소학교도 이곳이다.
나라 잃은 설움으로 한 몸 받쳐 나라를 구한
정신을 후손들이 얼마나 이어받으려나.
4,5명 학동들이 도서관으로 찾아든다.
한 녀석만이 책을 빌리려 왔다.
나머지는 그냥 왔다고. 친구 따라 시장가는 꼴이라.
"책 안 빌려!" 했더니 대답 없다.
체육관에서 뛰고 구르는 아이 사이,
학동이 한편에 앉아 독서삼매경.
준비한 간식 건네자 여러 학동이 몰린다.
저도! 저도! 손 내민다.
책 대여 보상이다 하니 책 빌리겠단다.
늦었다. 얘들아, 다음 주에 와라!
미끼를 던졌다. 결과는 내주에 지켜봐야겠지.
세상이 달라졌다.
아이들도 달라졌다.
등 따뜻하고 배부르니 편한 것만 찾는다.
독서는 마음의 양식이라고 악악하지만
소귀에 경 읽기다.
편한 유튜브 시청, 먹방, 놀이에 올인하니
어쩌랴.
시대흐름이 그런 것을!
넘어야 할 산이 산너머 산이다.
서두를 이유 없다. 멀리 보며 가자.
관계를 트자. 거부감이 좁혀지면 거리감도
줄어들게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