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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by 이철규미동이

불청객 감기님이 문을 두들겼다.
"어인이신지요."
다짜고짜 밀고 들어왔다.
황당 그 자체였다.

바야흐로 입춘 지나 우수.
머지않아 땅속 미물들이 깜딱 놀라는
경칩이 코앞인데. 감기가 웬일이니!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은 봄인데 봄 같지 않은 봄이라.
현실이 그리 녹록지 않다.
몸도 마음도 주변환경이 아직도 겨울잠이다.

슬~슬~코 주변이 알싸 하더니
콧물이 비치고 목이 쉐하며 근질근질.
뼈사이가 뻐근하더니 간헐적 기침까지 난다.
대체, 뭐가 문제지.
왜 이러는 걸까. 면역성이 떨어진 것인가.
특별히 힘든 일도 없었는데.. 인터넷을 뒤진다.

감기원인은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며,
누군가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공기 중에 떠다니는 침방울에는 감기 바이러스가 포함될 수 있다. 가까운 거리의 사람에게
쉽게 전염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감기 환자가 만진 물건이나 표면을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다. 이러한 물건이나
표면에 손을 대고 이후에 얼굴을 만지면
감기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특히 손 위생을 소홀히 하면 감염 확률이
더욱 증가한다.

면역력 키워도 봉창 두드리듯 불현득 찾아 오는
감기를 어찌할꺼나.
부랴부랴 종합감기약 복용.
최소한 일주일 잠복기간을 지나야 한다.

몸이 병드니 만사가 귀찮아진다.
의욕은 사라지고 그저 멍해진다.
생각 자체가 귀찮다. 멍한 상태가 편하다.
멍 때릴 때 뇌 힐링된다 했던가.
천하를 호령할 것 같은 역발산기개세도
육신이 병약해지면 고양이 앞에 쥐가 된다.
어쩔꺼나.

인간이 생명체 절대 강자라 자칭하지만
보이지 않은 균에 떼죽음을 당하는 현실.
최상위 포식자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까.

아픈 만큼 성숙한다 했지만
그것도 혈기왕성할 때 말이다.
어릴 때는 아픈 만큼 성장하고
나이 들면 아픈 만큼 노쇠한다 했다.
시간 가고 세월 가니 의욕도 줄어드는 것이다.
이글거리는 태양도 시간 지나면 열기가 사그라지듯
삶도 세월 가면 조금씩 퇴색되는 것 같다.

권불십년 화무백일홍 (權不十年 花無百日紅).
영원한 승자 없다.

정상에 오르면 언젠가 내려와야 한다. 모든 생명체가 그렇다.
육신이 고통 앞에 서면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지나친 욕심도
지나친 우월감도
모든 것이 한순간인가 보다.
남은 여생을 보듬고 찬찬히 살펴보는 시간을
만들어야겠다.

서산대사 글로 마무리한다.
生也一片浮雲起( 생야일편부운기)
死也一片浮雲滅 (사야일편부운멸)
浮雲自體本無實 (부운자체본무실)
生死去來亦如然(생사거래역여연)


삶이란 한 조각구름이 일어남과 같고,
죽음이란 한 조각구름이 스러짐과 같다.
구름 자체가 본래 실체가 없는 것처럼,
삶과 죽음도 모두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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