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無常)에 대해서

by 임진채

행신역 맞이방 정 중앙의 창이 있는 쪽에 모자를 쓴 남자분이 혼자 앉아 있었다. 무난하게 남자분이라 쓴 것은 역광에 앉아 계셔서 얼굴 윤곽을 짐작할 수 없어서다. 지팡이를 앞에 세워두고 멍하니 혼자 앉아 있었다.


저런 모습에 나는 반응한다. 무심한 듯한 저 앉음새. 저건 아무나 취할 수 있는 자세가 아니다.

전혀 묻어나오지 않는 그런 무상(無常)은 아무나 풍길 수 있는 기(氣)가 아니라는 말이다.


내가 보고 있다는 것을 느꼈는지 일어서서 나가신다.

언 듯 앞에 세워둔 지팡이를 시각 장애인 용으로 본 건 내 착각인 모양이다. 약간 저는 걸음으로 천천히 나가신다. 열차를 타러 오신 분은 아니다. 그건 내가 맞췄다. 보는 순간 알았다.

어느 나이에 이르면 남자들은 함부로 울 수 없게 된다. 직접 교육을 받은 건 아니지만 나이가 가르쳐준다.

화가 나도 내색해서는 안 된다. 심지어는 즐거워도 입 벌리고 웃어도 안 된다. 동몽선습(童蒙先習)을 떼지 않았어도 알 것은 알아야 한다.



몸에 알알이 배가는 무상(無常)을 나는 근래에야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그걸 입 밖으로 내어 설명하기에는 앞으로 얼마나 긴 시간이 소요될지 모른다. 그때 다시 설명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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