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by 임진채

지금 행신역 맞이방 한쪽에 앉아 있다. 내가 떠나는 것이 아니라 나하고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의 여행을 바라보고 있다. 거기에 어떤 의도가 있냐고? 그런 건 없다. 그냥 떠난다는 행위를 바라보고 싶었을 뿐이다. 그게 무슨 의미냐고 다시 물으면 할 말이 없다. 의도가 있는 행동이 아닌 경우가 더러 있다는 뜻이다.


노트북을 켠 지 1시간도 안 되었는데 벌써 방전 경고가 나온다. 앞으로 13분 후라는 통첩이다.

이건 좀 심하다.

100%를 꼬박 채워 왔는데 이렇게 순식간에 방전될 줄은 몰랐다. 기온이 낮아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 대책은 긴 선을 가지고 다녀야 하는 것뿐이다.

긴 선을 가져온다는 것, 아주 단순한 일인데 그게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내 행위를 이해해야 할 의무가 없는 사람들에게 폐가 될 수 있다.


2시 38분에 출발하는 부산행 열차를 타기 위한 사람이 제법 많다. 평일인데도 이렇다면 주말이면 더 많을 것이다. 지금 시간이 출발 13분 전이어서 일부는 들어갔지만 지금도 들어오는 사람은 많다. 경기 서부 지역에서는 서울역이나 용산으로 가는 것보다 이곳으로 오는 게 더 편할 것이다.


열차 출발 3분 전인데 멋쟁이 여자 한 분이 느긋한 걸음에, 오른손으로는 캐리어를 끌고 왼손에는 핸드폰을 들고 그걸 들여다보며 승차장으로 가고 있다. 남은 시간은 3분. 남은 거리가 짧지 않다.

저런 모습을 보면, 다른 사람은 어떤지 모르지만 나는 갑자기 긴장한다. 내가 보는 곳에서는 승무원들이 나와서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저 모습이 이미 떠날 준비를 다 했다는 뜻이라는 것을 나는 안다.

많지는 않지만 언제나 저런 사람은 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한다. 긴정하고 있다는 표시다. 내가 할 필요가 없는 짓이다.


일어나서 주섬주섬 노트북을 챙긴다. 열차는 떠났다.

30분 전에 와서 기다리던 사람이나 3분밖에 안 남았는데 나를 두고 떠나는 놈은 온전치 못할 거라는 자세의 승객은 같은 열차를 타고 떠났다. 다들 안녕(安寧)하신 거다.


안녕에는 의외로 여러 결이 있다.

내게도 그 안녕은 있을 것이고, 내 그 안녕의 결은 어떤 것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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