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이 넘은 영감이 옷에다 응가할 뻔한 사건

by 임진채

아침 운동을 다녀왔다. 오는 도중 나라가 흔들릴 만큼 큰 사고가 일어날 뻔했다. 강매역과 행신역의 중간쯤 왔을 때 속이 이상하더니 배가 뒤틀린다. 이상한 것을 먹은 기억은 없다.

짧은 순간이지만 계산했다. 단 한 발자국이라도 가까운 화장실이 있는 곳이 어딘가 하는 것이다. 길게 셈할 수는 없어서 눈에 보이는 강매역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가는 도중 배를 움켜쥐고 몸부림치는 처절한 인고(忍苦) 끝에 무사히 변기에 주저앉는 쾌거를 이룩하기에 이르렀다. 불상사 일보 전에 해결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런 참사가 현실로 일어났으면 그 사실을 우리 언론은 보도할까? 상식으로 생각하면 당연하게 안 한다. 그러나 이 나라 언론이 하는 짓은 지나 봐야 그 결과를 알 수 있다. 상식과 몰상식을 같이 행하는 집단이라고 나는 우리 언론을 생각한다. 그게 그들이 위임받은 자유라고 우겨도 되는지는 대답을 반세기 후로 미루겠다.


변기에서 일어나 물 내리는 꼭지를 누르는 순간 내가 드디어 해내고야 말았다는 환희를 느꼈다.

허풍이 좀 과한 게 아니냐고? 아니다. 모든 사람이 다 그렇게 말하는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내용은 따질 필요가 없는 것이고 자신이 그렇다고 정했다면 좌고우면하면 안 된다. 나는 그것을 오래전부터 알아 왔던 사람이다. 그걸 이제야 실천하는 것뿐이다.


이 사건을 아주 간단하게 압축하면 ‘칠순이 넘은 영감이 옷에다 응가할 뻔한 사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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