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스님의 차이

by 임진채

아주 오래전에 순천 송광사에 갔을 때 일이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한참을 걸어야 절에 이를 수 있다. 한여름이었고 점심을 먹은 지 제법 되었다. 몹시 더운 날은 아니지만, 어깨에 맨 카메라 가방의 무게가 부담되는 날인 건 확실했다.


잠시 아내 생각을 했다. 한때는 내가 촬영 여행을 갈 때, 아내가 잘 따라나서던 적이 있었다. 먼 거리를 운전할 때 곁에서 이야기할 사람이 있다는 건 참 좋다. 더 좋은 것은 차에서 내려 걸을 때 카메라 가방을 책임져 주는 아내는 정말 좋았다. 필요하다 싶은 렌즈를 망설이지 않고 가방에 담을 수 있다는 건 사진가에겐 꿈 같은 일이다. 그런데 요즘은 무슨 말을 해도 꿈쩍 않는다. 그런 행동이 아쉽지만, 이해 못 할 일은 아니다.


아내는 내가 촬영 현장에만 가면 사람이 달라진다고 했다. 먼 곳에서 빨리 오라고 손짓하면 그 무거운 가방을 메고 쫓아갔는데 가방 열고 필요한 렌즈를 꺼내 장착한 뒤 말도 없이 또 다른 곳으로 달려간단다. 빛이 어떻고, 하면서 꼭두새벽에 일어나 아침밥도 굶겨 놓고 아침 먹자는 소리도 없이 다음 촬영지로 차를 몰고 간단다.

말은 여행인데 사실은 잠도, 먹는 것도 부실한 것은 물론이고 하는 짓은 카메라 가방 메고 따라다니는 일개 짐꾼에 지나지 않는단다. 그러면서 당신 같으면 같이 가고 싶겠느냐고 타박했다.



길이 급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오르막이어서 힘이 든다고 생각하며 걷는 중이었다. 앞에 걷던 젊은 스님이 언젠가부터 자꾸 뭐라고 중얼거리며 손을 휘두른다.

“어~허. 저리 가. 아~하! 그러지 말라니까!”


놀라서 거리를 좁혀 봤더니, 대낮에 덤비는 모기 떼에게 하는 말이었다. 낮이었지만 심산유곡에서는 그런 것쯤은 문제 삼지 않는 모기들이 많다. 아직 젊은 스님은 한결같이 같은 내용의 말을 내뱉으며 손을 흔들어 모기를 쫓는 모습이 내가 보기에는 승무를 추는 것 같았다.


스님 뒤를 한참이나 따라가고 있는데, 어디선가 “웨~~엥”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더니 목덜미가 따끔하다. 촌(村)에서 많이 겪은 깜냥이 있어서 반사적이고 즉각적으로 철썩 쳤다. 손바닥에 벌건 물이 들어 있다.

“내가 말 했어, 안 했어? 나한테 까불다간 피 볼 것이라고 했잖아!!!”


앞에 가는 스님은 여전히 모기와 함께 춤을 추며 걷고 있다.

나는 따라가지 않고 슬그머니 길옆 바위에 걸터앉았다.


“이것들이, 기어이 내게 살생(殺生)하게 하고 있어·····. 망할 것들!”

괜히 생(生)에 충실한 모기에게 하는 소리다.


결국 송광사에는 못 갔다. 아마 자격지심(自激之心)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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