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많은 게 좋은 건 아냐

by 임진채

나는 눈이 많이 안 좋다. 난시가 심하고 돋보기 또한 염려의 수준을 넘은 지 오래다. 얼마 전에 책을 읽을 때 쓰는 것, 모니터를 볼 때 끼는 것으로 돋보기의 영역을 구분하라는 권고를 받았다. 평소에 산책할 때는 난시에 다초점을 넣었으니 그냥 견디지만, 다른 작업에 열중할 때는 각기 필요한 안경을 골라서 낄 수밖에 없다.

그건 생각보다 귀찮다. 안경을 벗어 놓으면 그 안경을 찾느라 애먹는 경우가 많아서 안경에 끈을 달아서 목에 걸고 다니다 필요한 시점에 바꿔 낀다. 그런 식이니 정신을 차리고 내 꼬락서니를 보면 목에 안경이 두 개나 세 개가 걸려 있을 때가 흔하다.

날이 더워지면서 선글라스를 낀 사람이 늘어간다.

나도 몇 개가 있다.

그러나 한 번도 끼고 다닌 적이 없다.

수행비서도 없는 주제에 안경을 서너 개나 기지고 다니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오늘 아침 걷기 운동하는 동안에 지나가는 젊은 아가씨가 검은색이 짙은 선글라스를 끼고 있다.

“아직 어린 아가씨가, 참 싸가지가 없구나. 쩝”

속으로만 한 소리다. 이런 말을 입 밖에 내뱉었다간 욕을 바가지로 먹을 것이다. 내 눈에는 어려 보이지만 스물은 넘었을 것 같다.

내가 혼자 말하는 것을 들으면 저 아가씨는 내게 이런 말을 할 것 같다.

“머리 하얀 영감이, 욕을 벌어요, 욕을·····.”

잠시 후에 삼십은 넘었을 법한 아줌마를 보고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선글라스로 가릴 수도 없었다면 많이 곤란했을 것 같은 얼굴이구나.”

못생겼다는 험담이다.

아주 늙은 아저씨 한 사람이 오고 있다.

“아~휴. 나잇값을 해야지. 나잇값!!!”

늙은 사람이 젊잖지 못해서 주책없다는 뜻이다.

타당한 말인가?

심란해서 벤치에 앉아있다가 천지개벽할 만한 사실을 깨달았다.

늙은 할머니들은 색안경을 낀 사람이 드물다는 사실이다.

아! 이 나라에 맹자 어머니 같은 할머니들이 안 계셨더라면 나라 꼴이 어떻게 되었을까?

그러고 보니 내 마누라님도 선글라스가 없으시다!

오늘 점심은 마님하고 같이 짜장면을 먹으러 갈 생각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제 눈에 안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