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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진채 Aug 11. 2023

뭣이 중한지 알아?

우리 집 서열에서 제일 꽁지인 현역 유치원 2년 차인 손자, 임 재선이가 내게 말했다. 하찌가 매미를 잡아 달라고. 나도 그러고 싶다. 그런데 나는 매미 사냥에 나선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다. 난감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내가 안 되어 보였든지 아내가 아이를 데리고 나갔다. 한참 후에 통에 뭔가를 들고 들어왔다. 들여다봤더니, 매미는 잡을 수 없어서 개미만 네 마리를 잡아 왔단다.

      

그다음 날 아침 운동을 하는데, 아이를 데리고 지나가는 아줌마가 매미채를 들고 있다. 아이는 제법 많은 매미가 우글거리는 통을 들고 있다. 내 손자 재선이와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 꼬마다. 혹시나 해서 매미 잡는 요령을 아이 엄마에게 물었다. 매미 소리가 나는 나무 밑에 서서 쳐다보면 울고 있는 매미가 보인단다. 

나도 매미 소리가 나는 나무 밑에서 위를 쳐다봤다. 내 눈에는 매미가 전혀 안 보인다. 

가장 중요한 건 누가 뭐래도 매미가 보여야 잡을 수 있다는 점이다. 가장 중요한 부분을 채우지 못하면 공부의 진도는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어젯밤에 아내가 냉장고를 바꿔야 하겠다고 했다. 고장 났느냐고 물었더니 금방 고장 날 것 같단다. 냉장고가 고장 예고도 하는가 싶었지만 묻지는 않았다. 

켕기는 기분이 들어서 슬그머니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냉장고를 사려면 돈이 있어야 하는데, 그 돈이 있는 곳이 내게는 안 보인다.    

  

나는 살아가는데 제일 중한 것 뭔지를 아직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자주 했던 생각이다.

그걸 전에 알았다면 나는 내 직을 이미 사직했을 것이다.     


아직도 늦지 않았으니 당장 관두라고?

그래야 할까 보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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