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진채 Aug 21. 2023

그늘에 앉은 노인

아직은 누가 뭐래도 시원한 곳이 아쉬운 하루다. 그늘 드리운 벤치에 나와 비슷한, 그러니까 머리가 온통 하얀 노인 한 분이 앉아 계신다. 계속해서 고개를 좌우로 움직이는 몸짓이 대번에 눈에 띈다. 누구를 기다리는 것도, 찾는 것도 아닌 건 분명하다. 그러면 그 자리가 불편한가? 앉아 계신 곳이 근처에 있는 벤치 중 그늘이 가장 짙은 곳인데·····.  

   

머리가 하얀 것은 나와 같은 외모인데 그 노인은 지팡이를 쥐고 계신다. 불안해서 만일에 대비하려는 의도인지, 진짜 지팡이에 기대 걷는지는 알 수 없다. 조금만 더 앉아 있으면 금방 걷는 모습을 볼 수 있겠지만, 내가 먼저 일어나고 말았다. 그런 일은 확인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나는 안다.. 

    

모든 노인에게는 육신이 망가지는 것은 당연히 감수할 일이다. 거의 평생을 같이 살아온 반려자가 떠나는 것을 멀거니 바라봐야 한다. 생각지도 않은 곳이 아프기 시작할 거니 참아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아 둬야 한다. 그 누구도 자신을 도울 사람이 없다는 것을 잠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자식에게 의탁하던 건 이미 수십 년 이전의 일이란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한참을 가다 뒤돌아봤더니 그 노인은 아직도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계신다.

살아 숨 쉬는 것은 전혀 부러워할 복(福)이 아닐 수도 있겠다. 

    

내일도 해는 여전히 솟을까? 

긍게.









작가의 이전글 개 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