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진채 Sep 18. 2023

척 보면 안다니까요

요즘은 볼 수 없어진 모습이지만 예전에는 도심의 곳곳에 육교라는 다리가 있었다. 차를 논스톱으로 보내기 위해서 건너는 길을 다리처럼 높여서 설치한 것이다. 

그 육교 위에는 여러 종류의 상인들이 좌판을 펴고 손님을 불렀었다. 내 암담했던 젊은 시절에 힘 빠진 다리 이끌고 겨우 육교에 올라가면 자리 펴고 앉아 손님을 기다리는 ‘도사님’들이 많았다.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그분들 앞에 쪼그려 앉아 있던 내가 생각난다. 

그때, 구겨진 천 원짜리 다섯 장을 혹시 잃어버릴까 봐 꽉 움켜쥐고 있던 내 꼬락서니는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얼마 전, 그러니까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부터 나 혼자 고민하는 시간이 늘었다. 이 일은 천기(天機)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이라 아무한테도 말을 안 하다가 큰맘 먹고 아내에게 이야기했더니 배를 움켜쥐고 온 방을 굴러다녔다. 그 나이에 벌써 노망이냐는 것이다. 그래서 김이 새긴 했지만, 지금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식견이 높은 분들이고, 숫자도 얼마 안 되어 이야기가 외부로 새어 나갈 것 같지 않아서 여기에 쓰기로 했다. 믿고 하는 말이니 읽은 다음 혼자만 알고 계시고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지 않으셨으면 한다.  

   

내 머리는 온통 하얗다. 내가 다니는 미용실 원장님이 이렇게 순도 높은 백발은 우리나라에서 찾기 어렵다고 했다. 머리뿐만 아니라 눈썹이며 수염까지 온통 하얀색으로 휘황찬란하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다 아는, 나는 새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그 유명한 천 아무개라는 인물하고는 격이 다르다. 그 사람은 잡것, 그러니까 검은색이 상당수 섞여 있지만 나는 진짜 올(all) 백(白)인 것이다.  

    

머리만 하야면 다 도사가 되느냐고? 

그건 아니다. 내게는 숨은 일화가 많다. 나 젊었을 때 물장사, 그러니까 유흥업소에 가서 내 이름을 대면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특히 친구들과 다방에 가서 돈 주고 차 마신 적이 없는 사람이 바로 나다. 다방이나 요정의 마담 관상을 봐주면 나뿐만이 아니라 같이 간 일행에게도 특제 쌍화차나 양주가 거저 나왔다. 

심지어 어느 분은, 남편의 공무원증을 들고나와 얼굴을 보여주며, 이 인간이 집을 나가 한 달이 되어도 안 돌아오는데 무슨 일인지 묻는 분도 있었다. 세세한 예를 적자면 소설로 열 권이 넘을 것이다. 

    

그 신통함을 과학적으로 입증을 할 수 있느냐고? 

어~허! 세상에 그 많고 많은 도사가 복채 받고 뱉은 말을 과학적으로 입증까지 하는 경우가 한 번이라도 있었나? 그런데 나는 다르다. 내 이력에, 과학적인 방법으로 그 어려운 일을 해낸 기록이 산처럼 높다. 

     

그걸 확인하고 싶으면 일단 나를 찾아오시라. 

명심할 점은 그건 절대 공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물론, 상 위에 놓을 수표 액수는 당연히 다다익선(多多益善)이다. 





작가의 이전글 석양이 아름다운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