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진채 Oct 02. 2023

낯설게 하기

산책길에 만난 개가 치마를 입었다. 치마를 입은 개가 앞에서 촐랑거리며 걷고 그 목줄을 쥔 엄마가 뒤따른다. 

개가 치마를 입었다고? 그렇다니까. 배꼽 부근을 허리로 치고 나머지 뒷다리를 치마로 감쌌다. 

치마, 그것도 주름치마다. 빨간색 계열의 체크무늬로 된 주름치마라는 말이다.   

   

상상할 수 있겠는가? 치마를 입었다지만 엉덩이는 다 보인다. 신체 구조 자체가 감추고 자시고 할 게 없다는 그런 사실을 개 엄마는 인정하지 않았다. 드러난 엉덩이는 팬티를 입히지 않았어도 하나도 에로틱하지 않다. 주름이 방정맞게 풀어져서 치마가 걸쳐진 엉덩이는 걸을 때마다 뒤뚱거린다.   

   

이런 모습을 연출한 의도가 뭔지를 생각해 봤다. 짚이는 구석이 전혀 없다. 남이 하지 않은 짓, 그러니까 흔히 말하는 낯설게 하기라 생각한 건 아닐까? 그래서 그런지 긴 목줄을 쥐고 따라가는 40대 중반의 개 엄마는 아주 만족해하는 모습이었다.    

  

나 어렸을 때 갓 쓴 채 자전거 타고 장에 가는 할아버지를 본 적이 더러 있다. 더러 있었다면 한두 번 본 게 아니라는 뜻이다. 물론 우리 할아버지는 자전거가 없었다. 

어렸던 나는 그 모습에서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것을 금방 느꼈다. 그러나 내 손목을 잡고 가던 할머니는 별말씀이 없었다. 본인도 그렇고, 나만 빼고 보는 사람도 달리 이상하다는 반응이 없었다면 그건 심각할 정도의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어린 내 눈에 낯설게 보였다면, 그것 또한 그냥 무시해서는 안 되는 별난 개성일 수도 있다.   

  

지금을 개성시대라 한다. 그 개성 안에 낯설게 하기가 포함될 수도 있다. 아마, 그럴 것이다. 

장르 불문하고 튀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말도 자주 듣는다. 변하는 세태에 적응하지 못하면 즉결처분(卽決處分)을 당해도 할 말이 없어야 한다는 농담도 종종 듣는다. 자신이 가진 재능이 없다면 남을 모방이라도 해야 할 정도로 살벌한 개성시대다. 

    

개가 사람을 무는 사건은 종종 있는 일이어서 놀랄 일이 아니다. 그런데 말이다. 정말 그럴 가능성은 극히 낮다지만, 만약 사람이 개를 물었다면 어떨까? 더욱이 개를 물어뜯고, 곁에서 아무리 권해도 물고 있는 입을 벌리지 않는 사람이 대한민국의 국회의원 지망생이었다면 어떨까? 

선거는 대중의 주목을 받아야 한다.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유권자의 시선이 집중할 수 있는 일이 분명하다면 한 표가 아쉬운 선출직 의원 후보에게는 솔깃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 하더라도 사람이 개를 물어뜯는 모습까지 낯설게 하기로 치부할 수 있는 일일까? 

사실일 가능성은 작으나, 그래도 그것이 알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추석날 새벽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