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증 편향(確證 偏向)에 대해서

by 임진채

여정이와 나 그리고 여정이 할머니 이렇게 셋이서 한 침대에서 자는데 이불은 각자 따로다. 할머니는 얇은 이불을 덮고, 나는 아주 두꺼운 솜이불을 덮는다. 그건 버릇이다.

우리 어렸을 적 집들은 단열이 엉망이었다. 자고 아침에 일어나면 윗목에 있는 그릇의 물이 얼어있는 것은 보통이었다. 저녁에 아궁이에 불을 지펴 밥을 하지만 그걸로는 어림도 없다. 그렇다고 군불 땔 형편이 되는 집도 많지 않았다. 그냥 솜이불로 한겨울을 버티는 거다. 그래서 그 이불은 정말 두꺼웠다. 그 버릇이 지금도 남아 있어 이불이 가슴을 짓누르는 것 같은 무게감이 없으면 허전해서 잠을 이룰 수 없다.

버릇은 엄중하게 작용한다.


그에 비해 여정이 할머니는 나와는 달리, 그런 험한 세상하고는 달리 살았던 모양이다. 그래서 그런지 두꺼운 이불을 아주 싫어한다.

여정이는 이불 자체가 부담스러운 모양이다. 이불이라고 하기에 민망할 정도의 얇은 것을 덮어주는데도 대부분 발로 차버리고 맨몸으로 잔다.


겨울로 접어든 요금 자면서 내가 하는 가장 중요한 일 중의 하나가 여정이의 이불을 덮어주는 일이다. 여정이의 입장이야 어떻든 맨몸으로 자는 여정이가 걱정되어서 자다가 수시로 일어나 여정이를 살핀다. 그리고 차버리는데도 계속 이불을 덮어준다. 하도 차버리기에 요즘은 온몸이 아닌 배 부분만이라도 덮어주려고 노력한다.


그건 내가 여정이를 끔찍이 예뻐하는 탓도 있지만 맨몸으로 자는 여정이를 바라보는 게 안쓰럽다는 내 마음 때문에 그러는 것이 아마 맞을 것이다.

안 덮어도 잠이 들 만큼 춥지 않은데 나는 내가 춥다고 생각하면 여정이도 당연히 추울 것이라는 인식을 거두지 못하는 거다. 결국 내 마음 편하게 하자고 더워하는 여정이에게 이불 덮을 것을 강요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내 아픈 과거가 손녀에게 귀찮음으로 작용하는 거라면 안타까운 일이다.


사전을 찾아보면, ‘확증 편향(確證 偏向)’이란, 자신의 가치관, 신념, 판단 따위와 부합하는 정보에만 주목하고 그 외의 정보는 무시하는 사고방식이라고 나와 있다.

내 증상이 요즘 시중에서 사용하는 말로 하면 확증 편향의 '빼박 (빼도 박도 못하는)’인 셈이다.


겨울이면 두꺼운 이불을 덮고 자야 한다는 내 의식이 심리적인 문제라면, 두꺼운 이불이 아니면 허전해서 잠을 이룰 수 없는 몸의 반응은 육신에까지 번진 중증의 강박에 반응하는 확증 편향이라고 해석해도 될지 모르겠다.

가난한 의식은 측은한 몸을 만드는 모양이다. 에~~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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