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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진채 Dec 29. 2023

내가 손가락 한 번 까딱하면 말이야

뜬금없는 변덕이 분명하지만, 갑자기 아주 오래된 노래가 듣고 싶어졌다. 그래서 택한 가수가 이미자다. 

음색이 고와야 한다는 게 가장 큰 간택(揀擇) 조건이다. 곤두선 신경을 긁지 않을 부드러운 음색이 내게는 필요하다. 부른 노래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는 것이 선택의 한가지 사항이다.


특별하게 준비할 필요도 없다. 유튜브에 실려 있는 곡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나는 음악을 모르는 사람이어서 음질이 어떻고 하는, 다른 요구 사항이 없다는 게 홀가분하다.     


당장 유튜브를 검색해서 듣고 있다. 부르고 있는 노래가 마음에 안 들면 다른 곡으로 바꾼다. 또, 이 가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다른 가수를 불러오면 된다. 

여기서는 내가 완벽하게 갑인 게다. 기분이, 뼛속까지 시원하다. 

    

주위 사무실에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서 이어폰으로 듣고 있다. 볼륨 조절도 온전히 내 맘인 게다.  

   

이 우월감을 당신들이 알아?

세상은 별거 아냐. 나만 좋으면 되는 거야! 쩝.   


       

추신: 아마 이 글이 2023년의 마지막 포스팅이 될 것 같다. 한 해를 보내는 마음이 편치 않다. 

내가 우울한 이유를 다른 곳에서 찾고 싶어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개인이 좌절감을 느끼게 하는 아주 조그만 흠이 불가항력에 있다고 느낀다면 그 책임 당사자에게 손가락질은 할 수 있어야 한다.      

내겐, 한 해를 보낸다는 것이 그만큼 늙어서 괄호 밖으로 밀려나는 것만이 아니라 존재 자체가 소멸할 수 있다는 의미도 있다. 구태여 내 흔적을 남기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더 이상 비굴하지 않은 늙은이이길 소망하는 마음도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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