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는 아이들이라 할지라도 농촌에서 일어나는 사건치고는 죄질이 가볍지 않은 현행범으로 적발되는 수가 종종 있었다.
봄이 질 무렵 겨우 팬 보리의 모가지를 뽑아 여린 밑동을 이로 자근자근 씹어 풀피리를 만든다거나, 가을에 덜 익은 벼의 모가지를 뽑아, 잡은 메뚜기를 꿰는 데 사용하는 짓은 평생 농민인 어른들에게는 용서받을 수 없는 중죄(重罪)다.
해찰의 현장에서 동네 어른에게 잡히면 한결같이 이런 심문이 있었다.
“네 아버지 이름이 뭐냐!”
죄질로 따지면 현장에서 귀싸대기라도 올려야 할 일이지만 남의 귀한 자식을 즉결 처분까지 집행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는 것을 그때 어른들은 아신 것이다. 그런 농민 어른들은 거의 가 무학이었다. 가방끈의 길이하고 인격이 비례하는 게 아니다.
지금은 우리가 모두의 갈 길을 살피는데 정성을 쏟아야 하는 연초다. 모든 사람이 나서서 꿈을 쏟아내는데 나까지 나설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냥 우리 가슴의 속셈이 예전 같지는 않다는 것을 새길 수 있었으면 하는 우려만 표하고 싶다.
우리가 조금만 더 노력하면, 이 강산이 한결 더 부드러워질 수 있을 것이라는 소망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