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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진채 Jan 05. 2024

’안 봐도 비디오‘

’비디오’라는 말은 단순한 명사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 말에 두 가지를 연상한다. 그중 하나가 좀 특이한 의미로 사용되던 시대가 있었다. 

내가 젊었을 때 우리는 ‘안 봐도 비디오’라는 말을 극성스레 사용했었다. 실제로 보지 않았는데도 확인한 것 이상으로 쉽고 명백한 사실이라는 자신감의 발현(發顯)이다. 그건, 막연하게 짐작하던 수준을 가볍게 넘어서는 확정적 언어였다.

     

아주 위험한 생각이지만, 그 기법을 가장 애용하는 기관 중의 하나가 검찰이다. 내 생각이 그런 게 아니라 세간의 평이 그랬다. 그들이 한번 특정하면 그건 특정한 검증이 생략되고 바로 사실로 인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예전에는 아주 심하게 그랬고 지금도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고 본다. 증거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그들이 자신 있게 내미는 증거 중 상당수는 ‘안 봐도 비디오’ 라는 식으로 끌고 간다고 해석하는 국민의 수가 많았던 것 같다.  

   

우리는 무심중에, ’바람 끝이 차다‘는 말을 많이 쓴다. ‘바람’이나 그 ‘바람끝’을 본다고 해서 볼 수 없는데도 단정 어법을 쓴다. 그러나 그 수사의 본심을 우리는 안다. 

안 보고도 어림으로 알 수 있는 능력. 그 능력을 우리는 신통력이라 우기지는 않는다. 그 모든 것의 자초지종을 다 알 수, 아니 이해할 수 있어서다.   

   

약간의 먹물이라도 튕겨간 사람들은 그걸 ‘은유(隱喩)라는 단어로 사용한다는 것을 나는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편의를 위한 비유(比喩)가 아니라고 묘하게 돌려막는 것이다.      


그 시대가 완전하게 사라졌는가?

나는 지금도 알지 못한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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