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엔 올망졸망한 소품이 많아도 너무 많다. 여정이는 학교에서, 재선이는 유치원에서 만든 모든 것을 내게 가져온다. 유치원 2학년인 재선이는 내 방을 전시하는 곳이라 부른다. 어린애가 그런 단어를 누구에게 배웠는지 모르지만 귀엽다.
제집으로 가지고 가면 엄마는 다 버린다고 불평이 많다. 나는 그렇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따로 책상을 둔 내 방이 큰 건 아니지만, 서재라고 부르며 아끼는 곳이다. 그런 곳에 자라는 아이들의 흔적을, 식구 중 누군가는 모으고 쌓아두는 사람이 있어야 할 것 같아서다.
늙은 ‘하찌’가 손주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겨우 그런 것 정도가 아닌가 한다. 내가 어렸을 때는 저런 거를 만들 수 있는 학교가 아니었다.
달라진 학교를 바라보는 마음이 따뜻함을 느낀다. 그 이상을 바라야 하겠지만, 이 정도에서도 나는 만족한다. 점심시간이면 화단 한구석에 혼자 쪼그리고 앉아 땅바닥에다 의미 없는 선을 긋지 않아도 되는 손주들이 다행이다 싶은 것이다.
이런 순간에는 누구에게 감사해야 할지를 생각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