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에 훤히 불이 켜져 있어서 놀라 나가봤더니, 내 아내이자, 내 아들 성주의 엄마가 티브이 앞에 앉아 있다. 지금 시간은 한밤중인 2시 넘었다.
놀라서 가까이 갔더니 우리나라가 호주와 축구 시합을 하고 있다. 아시안 게임이라는 것을 어제 들은 기억이 난다. 티브이에서 월드컵이 아니고 아시안 게임이란 말이냐는 농담을 들은 기억이 있다.
그 게임을, 늙은 할머니인 내 아내가 자다 일어나 보고 앉아 있다니!
이번 호주와의 경기를 어떻게 알았느냐고 물었더니, 오래전부터 광고했다는 것이다.
그걸 기억해? 할머니가 그걸 기억하고 있었다고?
낮에 하는 것도 아니고, 새벽 두 시에 하는 그런 게임을 볼 열정은 어디에서 나온 것이지?
일이 이 지경으로 벌어지면, 모든 것에서 관심을 거둬들인 늙은 할아버지는 따로 드릴 말씀이 없어진다.
그렇담, 내가 정말 관심을 두고 있는 일은 뭐지?
아무리 찾아봐도, 으~음. 없구나.
빌어먹을·····.
다시 방에 돌아와서 읽다 멈춘 책에 눈을 주고 있다.
승부에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무슨 일이 벌어지면 그 함성을 듣고 나가도 충분할 것 같아서다. 아군이나 적을 가릴 것 없이 한 골 들어가면 탄식이나 환호가 들려올 것이다. 그때 슬그머니 나가보면 틀림없이 벌어진 일을 확인할 수 있다.
내 예상은 적중했다. 고함까지는 아니지만, 조심하는 기색이 없는 박수 소리를 들은 것 같아서 나가봤더니, 아내가 양손을 번쩍 들고 있다. 후반 종료를 앞두고 한 골을 만회했단다. 흥분한 중에도 누군가의 이름을 자꾸 들먹이는데 나는 전혀 모르는 이름이다.
아내는, 위층에서도 손뼉 치고 난리라면서 손가락을 위로 향해 보인다.
나는 다시 내 방으로 들어왔다. 지금은 연장전이 시작되기 전에 하는 광고 시간이다.
나는 정상인가?
아무래도, 이리 공감 능력이 없는 영감이라면 같이 놀아줄 사람이 없을 것 같다.
나는 지금 뭐 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