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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기 유감

by 임진채

할머니가 동생의 기저귀를 갈아주는 것을 여섯 살 된 녀석이 바라보다. 동생의 거시기를 가리키며 진지하게 묻는다.


“할머니, 이게 뭐야?"

“으 흠. 그건 꼬추."

"그럼. 내 껀?"

"그건, 잠지."

“그럼, 형 껀?"

“그건 자지,


아, 이 녀석이 여기에서 그쳤어야 하는데 내처 갈 길을 간다.

“그럼, 아빠 꺼는?"


이 대목에서 할머님이 신중하셨어야 하는데, 요즘은 조기 성교육이 추세다.

“아빠 꺼는, 으~음 X!"

“그럼, 할아버지 꺼는?"


갑자기 할머니가 버럭 화를 내시며 하시는 말씀,

“그건, X도 아닌 겨!!”


결과는 그렇게 되었지만, 음담패설을 하자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말의 우수성을 보라. 거시기 하나를 두고도 이렇게 쌈박하고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는 언어가 세상에 또 있겠는가. 보편적으로 통용된다는 사실은 빼고 단지 언어의 우수성으로만 따진다면 이보다 나은 말은 이 세상에 있을 수가 없다.


할머니의 발끈하시는 모습에서 우리는 연령 불문하고 부부의 참 살을 느낄 수 있다.

내가 이러한 주제를 격조 있게 표현할 능력이 부족해서 간단히 마칠 수밖에 없지만, 사람다운 냄새를 풍기며 살아가는 애틋한 애환이 그대로 투영된 얼마나 친근한 이야긴가!




공원의 나무 그늘에서 벌어진 노인들의 장기판에서 갑자기 호기 있는 목소리가 공중으로 튄다.

“장이야!! 아, 장 받으란 말이여~~! 장기 두던 사람 어디 갔나? 엉!”


외통수에 걸린 것이다.

일 수 불퇴(一 手 不退)고 낙장 불입(落張不入)이다.

우리네 놀이의 불문율이다


이 지경에 이르면 아무리 점잖은 사람도 신음처럼 내뱉지 않을 수가 없다.

“으~음~~, 이거, 장기 X 되어 버렸구 먼~"



근데, 언제부터 우리 남정네 거시기에는 이토록 아쉬움 절절한 恨이 되어 버렸나? 거 참!


2021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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