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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마루에 걸린 해

- 감성 에세이 -

by 임진채

길을 걷는데 누군가가 다가와 내게 뭔가를 내민다. 놀라서 바라봤더니 입성은 허름하고 나이가 많아 병색(病色)이 짙은 할머니가 명함 크기의 전단을 나눠주고 있었다. 무심코 받아들고 걸으면서 읽어보니, ‘천국에 들어가는 문은 몇 개일까요?’라는 제목이 붙은 전도 전단이다.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분이다. 어느 교파인지는 밝히지 않고 특이하게 자신의 것이지 싶은 전화번호가 볼펜으로 적혀 있었다.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봤다. 바쁠 일 없다는 몸짓으로 사람들에게 전단을 내민다. 잠시 보는 동안에도 아무에게나 전단을 내미는 것 같지는 않았다. 할머니가 안 본 것처럼 그냥 스쳐 지나가는 사람도 많았다. 선택은 그 할머니가 행사하고 있었다.


연세는 얼마나 되었을까? 몸이 안 좋은 것 같은데 저렇게 활동해도 괜찮을까?

주를 믿는 분은 맞는데 저렇게 거리 전도한 지는 얼마나 되었을까?


걱정이다. 물을 것도 없이 나와 같이 그분도 황혼(黃昏)이다.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으나 몸짓으로 봐서는 아직 의연한 게 맞다. 그에 비해 나는 성한 척하지만, 된서리 밑의 짚단 같다. 우리는 같이 서산마루에 간신히 걸려있는 해와 같은 존재인데 표정이나 몸짓은 확실하게 다르다는 뜻이다.


종교적 언어 같은 것 말고, 그냥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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