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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순위(優先順位)

by 임진채

나는 네이버의 블로그와 카카오의 브런치 두 곳에 글을 올린다. 우선순위라고 말하면 적당하지 않은 표현이지만, 그래도 네이버 블로그에 먼저 올리고 얼마의 시차를 두고 같은 내용의 글을 브런치에 올리는 방식이다. 그건 내가 정한 것이 아니다.


네이버는, 같은 사람이 쓴 글이라 할지라도 다른 곳에 먼저 올리는 것을 거의 혐오라고 할 정도로 싫어한다. 대놓고 저품질로 분류해서 글 쓴 사람에게 불이익을 준다. 그에 반해 카카오의 브런치는 그런 것 정도는 개의치 않겠다는 대범한 자세다.


내 글은 나도 인정하지만, 네이버에서는 평소에도 저품질로 분류될만한 글이다. 상황이 어떻든, 어쩌다 저품질이 아니라 늘 저품질이라는 뜻이다. 그게 내 형편이니 엄격하게 따지면, 저품질이라는 그 칭호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을 것 같지만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그렇지 않다. 못난 자식이지만 남이 내 자시을 무녀리라 말하면 울화가 치미는 것과 같은 이치겠다.


나는 이틀에 한 꼭지의 글을 쓰기로 작정하고 있다. 내 실력으로는 어렵다는 것을 알지만, 자신을 얽어매는 굴레가 있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스스로 자신이 만든 올가미에 걸려서 항상 허덕인다. 질이 떨어지는 것을 알면서도 그냥 올리는 경우가 있다.

질보다 양을 선택한 건 아니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온갖 핑계로 글을 주둥이로만 쓰는 내 습관을 고치기 어려웠다. 이 나이에 작가가 될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열심히 하는 자세는 갖추고 싶었다.


글을 쓰면 바로 네이버 블로그에 올린다. 그리고 다음 날 읽어보면 마음에 안 드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유명한 작가들이 사용하는 언어로는 ‘퇴고’가 필요한 대목이 보인다는 말이다. 그것을 고친다. 심하게는 제목까지 바꾸는 일도 있다.

줄 바꿈도 다시 검토하게 된다. 나는 사진이라는 이미지를 다뤘던 사람이라, 글의 배열도 시각적인 면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쉽게 말하면 한국화에서 사용하는 여백의 미를 글 페이지에도 적용하고 싶다.

논문이라 하더라도 한 체이지 전체를 활자로 빼곡하게 덮인 글은 독자를 얼마나 피곤하게 하는가를 걱정한다는 뜻이다.


글을 그렇게 최선을 다해 고친 다음에 카카오의 브런치에 다시 올린다. 그래봐야 그 나물에 그 밥이지만, 글의 완성도는 다르다고 나는 믿는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다.


그래서 네이버에서 허접한 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께 시간이 하락하시면 카카오의 브런치에도 찾아와 주셨으면 좋겠다.

결국은 청탁으로 끝을 내는 내 꼴이 ‘알흠다운’ 건 아니라는 것을 안다.



나는 ‘관종’이 맞다.

‘관종’이란 말은, 남이 보이는 관심에 목을 매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알고 있다. 정상이라고 우기기에는 켕기는 그런 감성인 게다.

잘 쓴 글이라면 누가 보던, 아니면 관심을 안 보이든 신경 쓸 일이 아닐 것이다.


날이 덥다. 여름날이 원래 그렇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지금 느끼는 이 갑갑함은 꼭 날씨 탓은 아닌 게 분명하다. 남동쪽에 뭉쳐 있는 저 검은 구름이 스르르 스러지는 시간이면 가슴이 좀 트일 것도 같다.


항상 나는 이리 핑계가 많은 사람이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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