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것이 쉽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그래도 쉽지 않은 일에 맞닥뜨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요즘은 팔자에 없는 글 때문에 애를 먹고 있다. 내가 글 써서 밥 벌어먹을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내 재주 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럴 생각도 없다.
그러나 이왕이면 조금은 번듯한 글을 쓸 수 있다면 좋겠다는 욕심은 크다. 그래서 백수나 마찬가지인 요즘 글 실력을 올려 볼 요량으로 자신에게 올가미를 씌웠다. 내용이나 형식에 상관없이 이틀에 한 꼭지씩 글을 쓰기로 한 것이다.
이틀에 한 꼭지를 쓰는 것은 생각보다 버거운 일이다. 그러나 체면 때문에 금방 그만둘 수도 없는 일이어서 억지로 숫자를 맞추고 있다. 당연하게 숫자에 치중하다 보니 내용이 부실하다.
글이란 것이 장마철에 불어난 물처럼 제법 기세 있게 써질 때도 있다. 그러나 비는 날마다 내리지는 않는다. 비가 뜸하면 짜박짜박 고여 있는 도랑에선 피라미 한 마리 구경하기 어렵듯, 이내 쓸 소재가 없어서 입맛만 다시고 앉아 있는 일이 잦아진다.
원고료 받고 쓰는 것도, 오빠 부대의 환호 속에서 열에 들떠 쓰는 것도 아니면서 하루걸러 찾아오는 날이면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어제는 사진 파일을 정리하느라 시간을 보냈고, 오늘은 외지에서 오신 분 길 찾아드린다고 시간을 허비하고는 결국 이 새벽에 옹색한 자판 질을 하고 있다. 마음은 급한데 도시(都是) 글이 써지질 않는다. 머리가 나쁘면 손이 고생하는 법이지만 이건 손이 고생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머리가 돌지 않으면 손도 자동으로 멈추는 일이다.
잠시, 표절을 생각했다. 표절도 기본 가는 있어야 하는데 나는 그런 자질도 없다.
그러나 유혹을 참기가 어렵다. 그래서 안 들킬 것 같은 무명 작가의 글을 복붙(복사해서 붙이는 것)하는 길을 생각하고 있다.
아무리 사악한 범죄자도 결국은 세상을 속일 수는 없는 일일 것 같다. 만약에 들켰을 때 그것을 무마 혹은 되려 덤터기를 씌워줄 배경이 내게는 없으니 애초에 욕심을 부릴 일이 아니다. 그렇다. 재수 없는 놈은 자빠져도 코가 깨지는 법이다. 담마진이나 부동시는 아무나 앓는 병이 아닌 것과 같은 이치다.
옳은 짓이 아니니 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아니라 하고는 싶은데 들킬 것 같아서 못하겠다는 이 천박한 의식. 부끄러운 일이다. 그러나 그런 갈등 같은 것마저 안 하는 인간도 많다는 것도 엄연한 우리 현실이다.
내가 지금 하는 이 짓(여러 가지를 다 합해서)은 사서 하는 고생이 맞다. 재주가 없으면 한쪽 구석에 퍼질러 앉아 있어야 하는데 그걸 깜박 잊었다.
글은 이쯤에서 이만 총총하고 차후 내 거취는 심사숙고하는 게 순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