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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誤解)와 오류(誤謬)

by 임진채

국어사전에 오류(誤謬)는 ‘그릇되어 이치에 어긋남’이라고 나온다. 그리고 오해(誤解)는 ‘사실과 다르게 해석하거나 이해함’으로 나와 있다.


조금 전에 문자가 왔다. 경상남도 울주군보건소에서 해외입국자 PCR 검사를 안내하는 내용이다.

나는 해외에 나간 적이 없으니 무심하게 넘어가는 것은 극히 당연하다. 그런데 한 참 있다가 전화가 온다. 보건소 직원이라고 자신의 신분을 밝힌 여직원이 설명을 시작한다.

황급히 말을 막으면서 내가 누군지 아느냐고 물었더니 울주군의 어느 주소를 말한다. 나는 경기도 고양시에서 사는 사람이라고 하자 놀란다. 입국자가 기록을 잘못한 모양이라며 전화를 끊는다.

조그만 이 촌극이 오류인지 오해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천치가 개벽한 것처럼 호들갑을 떨 일도 아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전화를 받은 순간 찜찜했다. 내가 숨 쉬고 있는 이 세상이 그렇게 순결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무서운 검찰도 전화로 금품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광고를 안 본 국민은 없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몰표를 몰아줄 만큼 맞춤형으로 잘 교육된 70대의 상식으로 전화를 받은 순간 보이스 피싱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우리 어렸을 때는 눈만 부릅뜨고 있기만 하면 코 베일 일은 없었는데 요즘은 백주에 눈 멀쩡하게 뜨고도 코가 사라진 것도 모를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지나가는 어린이가 할아버지 코, 하기에 얼굴을 만져보았더니 코가 있던 자리가 민둥산이 되었더라는 이야기는 이제 유튜브에도 안 나온다.


한 시간 정도 지난 후 다시 생각하니 울주군 보건소에 감사히는 마음이 생긴다.

요즘은 그 무슨 과학방역인가 때문에 제 신세는 자신이 알아서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하고 있었다. 각자도생(各自圖生)이 어떻게 과학인지는 알 수 없으나, 지금은 위에서 그리 말하면 그대로 따라야 하는 세상이라고 자조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느닷없이 울주군보건소에서는 입국자를 정밀 추적하고 있는 것 아닌가 말이다. 생각할수록 감사한 일이다.


정권이 바뀌면서 할 이야기가 많아진 건 사실이지만 다른 일은 이 자리에서 할 성질이 아니고, 방역만큼은 이런 식으로 한다면 그들은 역사에 치욕적인 평가를 받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도 현실에서는 확진자가 폭주하지 않은 것은 하느님이 보우하사 라고 생각했는데, 나서지 않고 현장에서 묵묵히 할 짓을 하는 공무원들이 이 나라를 떠받치고 있었던 사실을 알게 된 것 같다.


나라를 지키는 세력은, 제 앞에 큰 걸 놓고 보자는 무지한 지도자 부부가 아니고, 가족 행사에서도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른다는 자칭 순수혈통의 애국자는 아닌 것 같다.

오늘이 토요일이어서 쉬는 날인데도 나와서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하는 순박한 늘공이 알고 보면 과학방역의 주춧돌이 아닐까 한다.


내 생각에는, 최소한 늘공이나 어공의 채비만 잘해도 이 나라는 한결 번창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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