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앓느니 차라리 죽고 싶다!

by 임진채

많이 아팠었다. 그냥 ‘많이’라고 하면 그 정황을 어림하기가 어렵다.

우리 말은 보태는 맛이 있어야 실감이 난다. 그래서 쉽게 우리 식으로 말하면 죽을 만큼 아팠다.


아픈 곳이 애매하다. 처음에는 감기, 몸살인지 알았다. 나중에는 코로나로까지 의심을 넓혀 갔지만 모두 다 장담하기가 애매했다. 그런 상태가 계속되는 동안 나를 정말 죽을 만큼 괴롭힌 것은 감기나 코로나가 아니다. 오른쪽 목에서 어깨까지를 후벼 판 다음 핀셋으로 힘줄 끝을 집고 사정없이 끌어당기는 것 같은 통증이다.


더 기가 막힐 일이 있다. 목이 아프니 베개를 베고 잘 수가 없다는 사실이다. 아픈 곳은 오른쪽인데 그 영향은 내 육신이 전부 다 포함되어 버린다. 어느 모습이든지 누울 수가 없다. 결국은 소파 등받이에 목을 기대고 자야 한다는 방법밖에 없다. 그런 자세로 잠을 잘 수 있겠나?


그렇게 지낸 지 일주일이 넘었다.

동서남북은 물론이고 밤낮을 구분할 수 없다.

이젠 어떤 결정이든 내려야 할 것 같다.


앓느니 차라리 죽고 싶다.

최종 결정은 아니지만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산다는 것은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죽은 자가 돌아와서 개똥밭에 굴러도 저승보다 이승이 더 낫다고 하는 말을 직접 들은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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