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아내가 울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좀처럼 잘 울지 않는 사람이다.
우리는 같이 넘은 산이 높고 험해서 서로의 내면은 알만큼은 안다. 예를 들면, 나 같은 경우는 혼자 굴러다니며 철이 들어서 겉과 속이 차돌 같다. 너를 죽여야 내가 살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지만, 너는 어떤 일이 있어도 너라는 것을 잊지 않는다. 남을 이용할 생각은 없지만, 보폭을 맞춰가며 같이 걸을 생각도 없다는 뜻이다.
그러냐 아내는 유복하지는 않았지만, 정상적인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다. 남에게 먼저 줄줄 아는 사람이다. 천성도 그렇고 자란 환경도 그런 사림이라고 나는 지금도 믿는다. 그래서 항상 아내에게 조금은 밀리는 것 같은 그런 열등감이 있다.
어제 여태까지 같이 살던 막내가 분가했다. 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했으니 거의 10년이 다 되어간다. 요즘 그런 일이 없다는 것은 잘 안다.
아들만 셋이고 그중 둘은 금방 분가를 시켰으니 그런 사정은 잘 안다. 그래서 막내나 막내며느리에게 미안한 마음이었는데도 이번 분가하는 것도 나는 사실 부모의 도리를 다하지는 못했다.
손녀가 할아버지와 할머니하고 같이 자고 싶다며 안 가겠다는 것을 억지로 보내고 나니 내 마음도 좋지 않았다. 아이들이 떠나고 우리는 둘 다 말없이 티브이만 보다가 서로 아무 말도 나누지 않고 따로 잠자리에 들었다.
늦게 슬그머니 아내 곁에 가서 누워 잤는데, 아침에 아내의 얼굴을 바라보니 눈이 부어 있다.
나는 차마 울 수도 없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