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약과 빨간약, 네오와 성기훈
안녕하세요. 민지수입니다.
오늘은 시즌1부터 3까지 전 시즌 넷플릭스 글로벌 히트를 이룩한 한국의 시리즈죠. 오징어게임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워낙 유명하고 성공한 시리즈이기 때문에 이 작품에 관한 리뷰, 분석 등 콘텐츠가 이미 풍부하게 나왔고 회자되고 있는데요.
오징어게임 시즌3가 오픈되고 나서 신드롬은 이미 지나간 듯하지만, 오징어게임 시즌1부터 시즌3까지 재미있게 봤던 한 명의 시청자이자 팬으로써 제 관점을 담은 글도 남겨보고자 합니다.
저는 오징어게임을 보면서 이 작품의 세계관과 스토리에서 영화 매트릭스와 유사성이 있다고 보았는데요.
작품 속에서 쓰이는 색깔의 상징, 게임이 펼쳐지는 세트장의 세계관, 성기훈의 역할 등에서 유사성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어떤 점들에서 오징어게임과 매트릭스의 유사점을 찾을 수 있었는지, 영화 매트릭스의 시선에서 바라본 오징어게임 리뷰를 시작하기 전에요.
영화 매트릭스는 전세계에서 큰 사랑을 받은 블록버스터이지만, 매트릭스1이 개봉한 해가 1999년이니까 지금으로부터 26년 전 영화입니다.
매트릭스를 아무리 좋아했던 분이더라도 내용이 가물가물하실 수 있을 것 같죠?
저도 이 글을 쓰기 전 오랜만에 매트릭스 1,2,3을 정주행했답니다 ㅎㅎ(매트릭스4도 최근에 개봉했지만 라떼의 매트릭스는 3까지이기 때문에 3까지의 스토리만 다루겠습니다)
영화 매트릭스의 스토리부터 간략하게 요약해드리겠습니다.
개봉한 지 20년도 넘은 영화이기 때문에 결말에 대한 스포가 있어도 큰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하여 결말도 포함하여 요약해드릴게요.
워낙 방대한 세계관이고 상징이 많은 영화이다보니 줄거리와 세계관, 주요 인물에 대한 굵직한 내용만 요약해보겠습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네오는 평소 자신이 살아가는 세계에 무언가 이상한 점이 있다는 것을 느끼며 살아가던 중 모피어스의 제안으로 실제 세계를 볼 수 있는 빨간약을 먹고 실제 세계를 마주하게 됩니다. 그들이 실제 살고 있는 지구는 지금으로부터 200년 후 인간이 기계에 지배 당하며 살고 있는 세계였죠. 인간의 신체는 기계의 에너지원으로써 생성되어 소멸되고, 인간의 정신은 기계가 만든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세계 '매트릭스'에서 평생을 살아갑니다. 네오와 같이 빨간약을 먹고 실제 세계에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예언에 따르면 기계로부터 인류를 구원할 것이라는 '그(the One)'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네오는 매트릭스의 알고리즘을 수호하는 요원들과 싸움을 통해 각성하고 그가 예언에 나오는 '그'라는 것이 드러납니다.
네오의 존재를 확인한 기계는 실제 세계에 살아가고 있는 인들을 제거하기 위해 인간의 서식지인 시온을 공격합니다.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기계가 전인류를 몰살하기 직전, 네오는 기계의 수장인 Deus Ex Machina를 만나 담판을 짓습니다. 네오는 기계도 삭제하지 못하고 있는 바이러스 '스미스'를 제거해주는 조건으로 인류의 평화를 요구했고, 네오는 스미스와의 마지막 결투에서 승리함으로써 인간의 멸종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간략한 요약이지만 매트릭스의 줄거리가 기억나셨나요?
매트릭스 1,2,3 총 3편의 영화를 함축한 요약인 만큼 생략이 많았는데요.
매트릭스의 풀 스토리가 궁금하신 분들은 다시 봐도 재미있는 영화이니 정주행을 추천드립니다!
OTT 중에서는 쿠팡플레이에서 무료로 볼 수 있더라구요 ㅎㅎ
그럼 지금부터 영화 매트릭스의 시선에서 바라본 오징어게임 리뷰, 시작해보겠습니다 :)
오징어게임 시즌 1에서 성기훈은 오징어게임 1위를 차지한 후 456억의 주인공이 됩니다.
이후 공항에서 성기훈은 빨간색으로 염색을 하고 무언가 결심을 한듯한 표정을 하며 어디론가 뛰어가는 장면으로 시즌1을 마무리하게 되는데요.
아마 이때 주인공은 다시 오징어게임에 참가하기로 마음 먹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이 장면을 보면서 매트릭스1에서 네오가 빨간약을 먹고 실제 세계로 나오는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많은 분들이 아실 장면이죠, 모피어스가 네오에게 파란약과 빨간약 중 선택지를 주었고 네오는 빨간약을 먹은 후 매트릭스 세계에서 벗어나 실제 세계로 나오게 됩니다.
네오는 빨간약을 먹음으로써 매트릭스의 체제에 저항하는 삶을 살 것을 선택한 것입니다.
오징어게임에서는 빨간약 대신 빨간 머리가 저항의 상징으로 사용한 듯합니다.
성기훈이 다시 오징어게임에 참가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456억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이 게임을 멈추게 하기 위함이죠.
이를 위해서 성기훈은 다시 게임에 참가하여 참여자들을 죽음으로부터 구하고, 게임의 주최자들을 없애 다시는 이 게임이 재발하지 않도록 참가자들과 함께 반란을 일으킵니다.
매트릭스에서 네오는 빨간약을 먹음으로써 매트릭스 세계에 저항을 시작했고, 오징어게임에서 성기훈은 빨간 머리 염색을 한 시점부터 오징어게임에 저항의 의지를 보여줍니다.
오징어게임에서도 매트릭스와 같이 파란색과 빨간색 중 선택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시즌2부터 매게임이 종료된 후 참가자들은 게임 속행 여부를 투표를 통해 다수결로 결정하는 규칙이 새롭게 추가됩니다.
게임 속행에 투표하는 O가 과반이면 다음날 게임 속행, 반대로 게임 중단에 투표하는 X가 과반이 됐을 때 게임은 즉시 종료된다는 규칙이죠.
이때 O는 파란색, X는 빨간색으로 되어 있는 걸 아실 겁니다.
오징어게임이라는 세계관을 만든 프론트맨과 VIP의 입장에서 게임의 중단은 그들이 의도하지 않은 상황이며, 이는 곧 그들의 세계관에 균열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균열을 만들 수 있는 선택지인 X는 곧 체제에 저항을 의미하기 때문에 빨간색이 쓰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반대로 파란색인 O의 선택지는 현재의 체제에 순응하는 선택지라는 것도 동시에 알 수 있죠.
오징어게임과 매트릭스 모두 각각의 주인공이 작품 속 사회 시스템에 저항하는 주요 인물로 설정돼있다는 점도 공통점입니다.
매트릭스의 네오는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매트릭스라는 사회 시스템에 저항하는 인물이며 오징어게임의 성기훈은 시즌2부터는 오징어게임을 끝내기 위해 오징어게임에 재참가하여 반란을 일으키는 인물입니다.
매트릭스와 오징어게임은 각각 어떤 사회 시스템을 상정하고 있는지, 네오와 성기훈은 어떤 방식으로 사회 체제에 저항하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매트릭스
앞서 매트릭스 줄거리 요약에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매트릭스는 기계가 만들어낸 인간 통제 시스템입니다.
이 가상현실 속에서 사람들은 알고리즘에 의해 정해진 대로만 살아가는 모습을 보이는데요.
네오는 기계에 의한 통제를 거부하며 매트릭스의 붕괴와 인류의 해방을 목표로 싸워가죠.
이러한 네오의 목표는 알고리즘에 의해 정해져서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네오가 본인 스스로의 자기의지로 선택한 것이죠.
매트릭스2에서의 네오는 누구의 개입도 없이 자기의지로 전인류보다 트리니티의 목숨을 구하는 걸 선택했고, 매트릭스3에서는 인류를 위해 목숨을 걸고 스미스와의 마지막 결전을 치룹니다.
#오징어게임
오징어게임에서의 오징어게임 세트장은 프론트맨과 VIP에 의해 만들어진 세상입니다.
본인의 생존을 전제로 가능한 많은 경쟁자를 제거한다면 나에게 그만큼 많은 보상이 주어지는 시스템이죠.
이 세상 안에서 가장 유리한 삶의 방식은 살인과 생존입니다.
즉, 무한이기주의가 제1의 미덕인 곳이죠.
이러한 곳에서 성기훈은 최대 다수의 생존과 오징어게임의 붕괴를 위해 이타주의를 보여줍니다.
심지어 성기훈은 이 게임을 해본 경험이 있기에 우승에 더욱 유리했고 막판에는 프론트맨이 준 칼로 모든 참가자를 죽이고 손쉽게 우승할 수 있었지만 이를 거부해요.
성기훈 또한 네오와 같이 정해진 알고리즘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닌 자기의지로 이타주의를 보여줌으로써 이 사회 시스템에 저항합니다.
성기훈도 네오와 마찬가지로 본인이 속한 세계관의 미덕, 즉 알고리즘인 무한이기주의를 거부하고 인간성을 버리지 않는 선택을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매트릭스의 네오와 오징어게임의 성기훈 모두 각각의 세계에서 정해놓은 규칙을 거부하고 자기 의지로 살아감으로써 본인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 시스템에 저항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돌이켜보니 앞서 1-1과 1-2에서 다루었던 빨강과 파랑의 색깔 또한 두 주인공이 보여주는 체제 저항이라는 키워드를 뒷받침하고 있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매트릭스의 네오와 오징어게임의 성기훈 모두 목표했던 체제의 붕괴에 실패합니다.
네오는 기계와 평화 협정(?)을 맺음으로써 기계와 인간의 공생으로 매트릭스 3부작은 완결되었습니다.
매트릭스를 붕괴시키진 못했지만 인류의 생존을 보장받았으니 네오의 저항은 절반의 성공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오징어게임은 시즌3 막바지에서 해경이 섬에 도착하기 전 프론트맨과 VIP, 병정들은 모두 빠져나가고 섬은 파괴됩니다.
오징어게임 내부에서는 성기훈, 외부에서는 황형사의 노력이 있었지만 오징어게임은 붕괴되지 않았고 다른 섬에서 게임은 계속 이어진다는 것을, 미국에서 딱지를 치고 있는 케이트 블란쳇의 모습으로 알 수 있었네요.
성기훈은 오징어게임 시즌2에서의 반란에 실패한 뒤 자신을 자책하며 체제 저항에 포기하고 맙니다.
그렇다고 두 저항이 모두 의미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매트릭스의 네오는 기계의 알고리즘 예측 범위 외의 자기 의지를 실현함으로써 시스템 실패(System Failure)를 만들어냈죠.
네오가 전인류를 지키는 것보다 트리니티 한 명을 구하는 선택을 하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기계는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오징어게임의 성기훈은 오징어게임 시스템에는 위해를 가하지 못했지만 프론트맨(황인호)에게는 패배감을 안겨주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프론트맨이 성기훈을 따로 불러내 칼을 쥐어주는 장면에서 성기훈은 그를 죽이지 않았고, 그가 준 칼로 술에 취해 잠에 든 참가자들을 죽이지도 않았죠.
이 모습은 이전에 황인호가 게임에 참여했을 때 그 당시 프론트맨이 쥐어준 칼로 참가자를 도륙낸 것과 대비되는 모습입니다.
심지어 성기훈은 마지막 게임에서 본인 대신 아이를 살리는 선택을 합니다.
프론트맨의 의도 대로, 즉 시스템의 알고리즘 대로 행동했던 황인호와 알고리즘에 저항하고 자기 의지대로 행동했던 성기훈의 모습이 대비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니 자기 희생을 한 성기훈의 모습을 바라보는 황인호의 눈빛이 저에게는 패배자의 눈빛으로 읽히더라구요.
오징어게임이라는 우화스러운 시리즈를 매트릭스와의 연결고리를 통해 리뷰해보았습니다.
제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오징어게임은 매트릭스를 모티브로 만든 시리즈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문제 의식이 비슷하다고 생각하는데요.
두 작품은 어떤 비슷한 문제 의식을 갖고 있는지, 그 비슷한 문제 의식에 대해 두 작품은 어떤 해법을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는지에 관해서도 이야기해봐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 내용에 대해서는 보다 더 내용 정리가 되고, 시간 여유가 된다면 콘텐츠로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또 이 글을 쓰기 위해서 자료를 찾아보다보니 생각지 못했던 공통점들도 있는 것 같았어요.
형식적인 측면에서도 유사성이 있었습니다.
오징어게임은 시즌3까지, 매트릭스는 3편까지 제작이 되었는데 각각 2편과 3편은 이어지는 스토리였던 거죠.
그래서 각각의 작품은 3개의 스토리가 아닌 2개의 스토리로 나뉘어진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오징어게임 시즌1 / 시즌2&3
매트릭스1 / 매트릭스2&3
이렇게 말이죠.
또한 작품에 대한 대중의 평가에 대해서도 유사한 점이 있었습니다.
두 작품 모두 시즌1(1편)이 초대박을 쳤고, 이 영향으로 후속작의 스케일이 커지고 대중의 기대가 한껏 커졌지만 시즌2, 3(2, 3편)에서는 기대에 못미치는 평가와 흥행을 얻었다는 점도 그렇습니다..^^;;
들리는 얘기에 의하면 매트릭스는 원래 1편만 제작하는 것이 감독의 요구였지만 제작사의 압력으로 인해 억지로 3편까지 스토리를 늘리다보니 그렇다는 썰도 있던데, 오징어게임의 시즌 2, 3는 감독의 의도대로 제작된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네요.
독자 여러분께서 제 글을 읽으시고 나서의 반응은 어떠신가요?
저와 같이 오징어게임과 매트릭스와의 공통점이 있다고 느끼시나요?
동의하시거나 동의 안하시더라도 댓글로 많은 의견을 나눌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구요.
혹시 추가로 언급해주실 내용이 있으시면 그것 또한 댓글로 많은 공유 부탁드립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