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는 사라지고 자극만 남은 정치 뉴스
요새는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보면 정치 뉴스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정치 이슈가 많았던 작년 연말부터 지난 대선까지는 더욱 정치 뉴스 콘텐츠가 많이 생산되고 퍼졌는데요.
넘쳐나는 콘텐츠 속에서 언론사, 크리에어터들은 자신들의 콘텐츠가 대중들의 클릭을 받기 위해 늘 변화하고 있습니다.
제가 느낀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정치 뉴스 콘텐츠의 숏폼화를 꼽을 수 있을 것이구요.
그리고 그 숏폼 영상 중 대부분은 썸네일부터 자극적입니다.
썸네일 속 정치인은 늘 누군가에게 호통치고 있고 그 위에는 “돌직구”, “사이다” 등의 문구가 크게 박혀있죠.
그런데 말입니다.
저는 숏폼 형태의 정치 뉴스를 보면서 이상한 점을 종종 발견하곤 했는데요.
영상 속 정치인이 뻔히 사실이 아닌 발언을 하고 있음에도 영상의 제목과 썸네일은 해당 정치인을 추켜세우고 있는 영상들을 쉽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그 영상은 ‘좋아요’도 많이 받았고 댓글도 많을뿐더러 댓글도 해당 정치인을 칭찬하는 댓글들이 대부분이었고요.
저는 숏폼 영상들 속 정치인들의 발언이 팩트와 관계없이 지지자로부터 반응이 있을만한, 소위 ‘썸네일 각’이 나오는 발언을 의도적으로 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숏폼 영상이 대세가 된 지금, 정치인들에게는 맥락이나 팩트 체크는 중요하지 않고 지지자들 또는 유권자들에게 호소할 수 있는 60초 이내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생성해 내는 것이 본인의 지지율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을 것이기 때문이죠.
저의 이러한 느낌이 저 혼자만의 느낌인 것인지, 실제로 숏폼 영상이 정치인의 발언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가설 검증의 형태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틱톡 등의 SNS 플랫폼에서 숏폼 영상이 대세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유튜브로 시작된 영상 콘텐츠의 주류화가 인스타그램, 틱톡 등을 거치면서 점점 더 짧은 영상에 대세가 되었는데요.
유튜브의 숏츠, 인스타그램의 릴스, 틱톡 영상들은 1분 미만의 짧은 영상, 즉 숏폼 영상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현대인들의 콘텐츠 소비 습관이 더 짧고 강렬한 영상을 추구하는 것에 맞춰서 숏폼 영상이 대세가 된 것입니다.
저도 유튜브 숏츠, 인스타그램 릴스를 자주 시청하는 사람 중 한 명으로써, 숏폼 영상은 빠르게 빠르게 영상을 볼 수 있다는 재미가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반면에 영상의 길이가 짧다 보니 순간적인 임팩트에만 집중한다는 점에서 맥락이 사라져 버린 느낌을 받았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정치 뉴스의 숏폼 영상에서도 맥락 없이 임팩트만 주려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오늘은 숏폼 영상의 트렌드가 정치에 미친 영향이라는 주제로 제가 생각하는 가설을 세우고 검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정치 뉴스가 숏폼 영상으로 얼마나 많이 소비되고 있는지, 그리고 숏폼 영상의 몇 가지 특성을 확인해 보겠습니다.
미국 Pew Research에 따르면, 젊은 세대의 미국인들은 숏폼 영상으로 정치 뉴스를 더 많이 소비하고 있으며, 46%의 20대(Gen Z)는 기존의 뉴스 채널보다 틱톡커를 더 신뢰한다고 조사됐습니다(2023).
또한 숏폼 영상의 대표적 특징은 아래와 같습니다.
1) 길이 제한: 10~60초 내에 임팩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전후 맥락, 설명은 생략됨
2) 감정적 자극: 논리보다 감정 자극이 더 많은 반응(조회수, 좋아요, 댓글 등)을 유도함. 이로 인해 통쾌함(=‘사이다’), 분열적 구도가 더 반응에 효과적
3) 추천 알고리즘: 자극적인 콘텐츠일수록 더 많은 노출과 반응이 발생함.
즉, 정치 뉴스의 숏폼 영상은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확산되고 신뢰받고 있으며, 짧고 강렬하며 자극적인 메시지를 담는 것이 영상이 확산되는 데 유리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와 같은 숏폼 영상의 특징을 잘 활용한 정치인들의 실제 사례들 또한 많이 있습니다.
미국의 사례를 봤을 때, 현재 미국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는 본인의 지지자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를 많이 했고 그 내용의 숏폼 영상이 확산되었습니다.
그가 한 발언 중 내용이 팩트 체크가 되지 않은 내용이 많았지만, 그 발언의 사실 여부는 이미 중요하지 않았죠.
그리고 현재 미국 백악관 대변인인 캐롤라인 레빗 또한 “사이다” 발언으로 언론사들에 대응하는 숏폼 영상이 많이 확산되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가자 지구의 예산이 콘돔 구입에 사용될 예정이었다는 발언, 프랑스 정치인을 향해 ‘듣보잡’ 정치인이라며 프랑스는 미국의 도움 아니었으면 현재까지 독일어를 쓰고 있을 거라는 등의 발언은 팩트에 기반한 것이 아니며, 자극적인 단어로 상대방을 비하하는 발언들입니다.
하지만 이미 맥락과 팩트가 중요해지지 않은 숏폼 영상에서는 이러한 것들은 문제시되지 않았고 오히려 ‘사이다’ 발언이라며 지지자들에게는 통쾌함을 주었습니다.
1의 가설을 뒷받침할 데이터를 찾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이미 저와 같은 생각을 한 기관이 있었고 연구 결과도 있었으니까요.
2022년 ISD(Institute for Strategic Dialogue)의 보고서에 따르면 숏폼의 영향으로 정치 허위정보가 급증하였다고 합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릴스 등 숏폼 플랫폼이 선거 관련 허위 정보 확산의 중요한 요소였다고 분석하였으며, 특히 숏폼 영상들이 즉각적이고 충격적인 메시지를 강화하며 진위 검증 없이 확산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였습니다.
또한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2년 보고서에 따르면 “짧은 정치 클립은 소비자는 좋아하지만, 발언의 진위 여부에 대한 검증은 현저히 떨어지며 오해의 가능성이 크다"며 위와 비슷한 우려를 드러냈습니다.
위의 두 가지 보고서를 비추어 봤을 때 이 글을 시작했을 때의 아래와 같은 추론이 가능했습니다.
간결하고 자극적인 메시지를 담는 숏폼 영상의 트렌드는 팩트보다는 자극적인 메시지를 생성하도록 정치인의 발언 패턴에 영향을 주고 있다.
팩트보다 자극적인 메시지일수록 노출과 반응이 많아지는 숏폼 영상의 확산으로 정치 허위 정보가 많아졌다는 것은, 숏폼의 트렌드가 정치인으로 하여금 팩트보다 자극적인 메시지를 생성하도록 조장하고 있다는 것을 추론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그들은(물론 모든 정치인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팩트가 아닌 내용의 발언을 의도적으로 하는 것일까요?
의도된 거짓말에는 각자의 의도가 있겠지만 주된 이유는 유권자의 선택을 받기 위함으로 보입니다.
정치인도 대중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대중에게 본인에 대한 긍정적 임팩트를 줘야 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숏폼 영상은 60초 안에 임팩트를 줘야 한다는 점이, 정치인으로 하여금 메시지의 팩트보다 자극적이고 임팩트 있는 메시지를 만들도록 하는 것입니다.
정치 뉴스의 숏폼 영상 생성 및 확산이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숏폼 정치 뉴스는 정치에 관심이 없던 젊은 세대, 특히 20대에게 정치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매개체가 되었습니다.
2025년 기준, 20대의 유튜브 정치 콘텐츠 시청률은 전 연령대 중 1위를 차지했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네이버 데이터랩과 한국언론진행재단에서 실시한 조사에서 전체 연령 중 20대가 정치 콘텐츠 시청률 1위를 차지했을 뿐 아니라 참여율도 압도적이었으며 선거 등 시사 이슈가 뜨거울 때 20대의 관심도는 급등했다고 합니다.
뉴스는 기성세대에서만 소비한다는 기존의 트렌드를 벗어나 20대의 정치 뉴스 소비가 많아진 데에는 젊은 층의 콘텐츠 소비습관에 맞는 정치 뉴스 콘텐츠를 만들어 낸 데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치 뉴스 콘텐츠를 정확히 소비하기 위해서는 숏폼 영상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숏폼 영상에서는 전후 맥락과 팩트 체크가 결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정치 뉴스의 올바른 소비는 숏폼 영상 전후의 맥락도 볼 수 있는 전체 영상을 확인해봐야 하고, 팩트에 기반한 발언인지에 대해서 스스로 검증 또는 타 언론사의 팩트체크 기사를 찾아보는 것으로 가능할 것입니다.
이와 같은 노력은 왜 필요할까요?
우리가 정치 지도자를 감시해야 우리를 위해 일을 하도록 만들 수 있고, 결정적으로 유권자로서 올바른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필요합니다.
파편화된 정보가 아닌 종합적인 정보가 주어졌을 때 우리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표를 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