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t look up

반드시 직면해야 할 그것을 마주하기 싫은 나, 그리고 우리

by 민지수

넷플릭스 영화 돈룩업(Don't look up)을 지난 여름에서야 봤습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이기에 관심은 있었지만 영화의 소재가 뭔지 불분명해서 안 보고 남겨놨던 영화였거든요.

과학자로 나오는 디카프리오라.. 매칭이 안 되는 것 같기도 하고..

대체 무엇을 얘기하려는 영화일까 싶어 미뤄뒀던 영화였는데 장거리 비행을 할 기회가 있어서 킬링 타임 겸 밀린 숙제를 해치우는 느낌으로 영화를 다운 받아 갔습니다 ㅎㅎ


영화를 다 본 후기는 "보길 잘했다! 왜 이런 영화를 미뤄뒀을까?!" 였어요.

이 영화는 예상치 못하게 블랙 코미디 장르더라구요.

블랙 코미디 장르를 좋아하기도 하고, 현대 사회를 신랄하게 풍자하는 감독의 '조롱 스킬'이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디카프리오가 블랙 코미디 장르도 잘하는구나!라는 배우에 대한 감탄도 하게 됐어요.

leonardo-dicaprio-dont-look-up.jpg '미치고 팔짝 뛰겠다'라는 연기가 정말 최고예요 ㅎㅎ

줄거리 요약

지구에 소행성이 떨어지고 있어 지구 멸망의 날을 코앞에 둔 절체절명의 상황이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각자의 코앞의 이익에만 집착하는 사회 기득권과 언론, 그리고 그들에게 선동되어 부화뇌동하는 군중들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각자가 서있는 위치에만 몰두되어 아수라장이 되어 있는 세상에서, 이기적인 기득권과 우매한 군중은 정작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인 소행성은 쳐다보지 말라고(Don't look up) 외칩니다.


이 작품의 감독인 아담 맥케이(Adam McKay)는 영화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지 생각해 보았어요.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서 기후 위기를 등한시하는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싶었다 밝혔습니다.

가장 큰 문제를 놓치고 있는 우리들을 향해서 '뭣이 중헌디!'를 외친 거라고 봐야 할까요?

기후 위기 대응은 '60억 명의 조별과제'라는 자조 섞인 농담이 밈처럼 되어버렸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전 세계의 리더들 중 그 누구도 이 문제를 해결할 의지를 보이지 않고 그들에게 선동당하는 군중을 보자면, 우리도 돈룩업의 그들과 하등 다를 것이 없다고 느껴지네요.

maxresdefault.jpg 대학교에서의 조별과제는 늘 실패한다는 의미로, 글로벌 조별과제인 기후 위기 대응도 실패할 거라는 자조가 섞인 밈이다.

이 영화의 주제 의식은 잘 알려진 대로 사회 풍자이지만 현대 사회뿐만 아니라 저 스스로에게도 경종을 울리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소행성이 떨어지는 문제를 외면한 영화 속 캐릭터를 보면서 비웃음을 던지지만 정작 나는 그럴 자격이 있는가 생각을 하게 되니 비웃음 뒤에 씁쓸함이 남더라구요.

나는 나에게 직면한 가장 큰 문제를 직시하고 있는가?

가장 중요한 문제가 있는 걸 알면서도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가?

라고 말이죠.


제가 이 질문에 뜨끔했던 건 저도 외면하고 있던 큰 문제가 있었기 때문인데요.

저는 몇 개월 전 직전 직장 퇴사 후 취준생의 삶을 지내고 있습니다.

취준생으로써 보낸 시간을 되돌아보면 이런저런 이유로 충실하게 보내지 않았어요.

얼른 제 다음 커리어 패스를 정해서 전념해야 하는데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했냐는 자문에 그렇다고 답할 수 없는 시간을 보냈거든요.

최선을 다하지 않은 여러 이유 중 하나는, 그 문제를 직시하기 싫어 외면하고 싶다는 것도 있을 겁니다.

인간은 누구나 다 그렇다고 하지만 나태해지고 싶은 욕구로 문제를 외면하려 하고, 그런 내 모습이 싫어 이전보다 더 회피하고 싶어 졌던 것 같아요.

sddefault.jpg 제가 이 유형에 해당되는 거 아닌가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이 질문의 대상을 점차 확대해 보면 이렇게 뻗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 가족이 직면한 문제는 뭐지?

우리나라에도 소행성 같은 큰 문제가 닥쳐오고 있지 않나?

특히 우리나라는 저출산이라는 가장 큰 문제가 눈앞에 놓여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 문제를 직시하기보다는 회피하고 폭탄 돌리기 하듯이 다음 세대로 이 문제를 미루는 것 같습니다.


영화의 주제의식을 생각해 보고 나의 상황과 결부시켜 되돌아보니 유재석 님의 문제 해결에 관해 얘기했던 어록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유재석 님이 무한도전에서 이런 말씀을 한 적이 있어요.

220704_%EB%A7%88%EC%9D%8C%EB%B0%B0%EB%8B%AC%EB%B6%802.jpg?type=w800 무한도전 '선택 2014' 中

돈룩업을 보면서 기득권 세력을 비판할 뿐만 아니라 나의 현재와 놓치고 있었던 문제들을 돌아보게 되었어요.

회피하지 않고 직시하고 해결하면서 어제보다 나은 내가 되겠다는 다짐을 되새기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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