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초등학교 2학년에 만나서 지금까지 친하게 지내는 소위 죽마고우 같은 친구가 있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 살았고, 키도 비슷하여 자리도 항상 근처에 배정되다 보니 얘기할 기회도 많았고 집이 같은 아파트다 보니 등하교를 같이해서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많아서 일 것이다.
그렇게 2학년에 만나서 5학년에 또 같은 반이 되고 중학교도 같은 곳에 1학년에 같은 반이 되었다. 같은 반을 3번이나 하게 된 것도 그 녀석과 큰 인연이 아니었나 싶다. 그렇게 절친으로 지내다가, 결국 고등학교는 갈라지게 되어서 고등학교 때는 많이 만나지는 못했지만 워낙 유년시절을 함께 했기 때문에 늘 연락은 하고 살았다.
어느덧 대학을 갈 시기, 나는 원하는 어문 대학을 가게 되었고 그 녀석은 이과 머리라 컴퓨터 공학을 가게 되었는데 웃기게도 OT를 앞두고 나와 아이스크림을 먹다가 장염에 걸려서 OT를 못 가게 되었다고, 자기만 아는 사람 없다며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물론 다른 이유가 있었겠지만) 재수를 하겠다고 하였다. 그렇게 1년의 재수생활 끝에 가까스로 그 친구는 지방대 의대를 가게 되었다. 그 당시만 해도 지방대 의대를 가는 것이 그토록 대단한 것인지는 몰랐는데 이제 와서 보니 그 녀석은 대단한 일을 한 것이다. 의대를 갈만한 성적은 아니었지만 결국 합격하게 된 것이니 말이다.
그렇게 그 친구는 어렵사리 의대에 들어가서 고군분투를 하였고 힘들어하며 그 당시 가장 경쟁률이 낮았던 재활치료과를 선택하였다. 그때만 하더라도 재활치료과는 성적이 낮은 의대생이 가는 과로 알려져 있었다. 그리고 나는 대기업 취업에 성공하고 그 친구는 본과 레지던트, 군의관을 거쳐 결혼을 한 후 대학병원에 있었는데 와이프의 부추김으로 부천에 개원을 하게 되었다. 개원을 한다는 것이 대출을 많이 받아야 해서 리스크가 있었지만 와이프의 진두지휘아래 타 경쟁사 보다 더 화려한 개인병원을 가지게 되었고 또 그 녀석이 개원을 할 즈음에 재활치료과는 가장 인기 있고 수익성이 좋은 과가 되었다. 부천이라는 지역 특성 때문인지 병원은 너무나도 잘되었고, 서브 의사를 하나 더 둘 정도로 병원이 잘 되었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의사니가 그렇다고 쳤는데 갑자기 이 녀석은 병원외에 사업을 하기 시작하면서, 백화점 식당가 사업을 시작했고 더불어 건물도 매입하기 시작했다. 물론 의사였기 때문에 대출도 잘 나왔지만 용기와 실행력이 대단하다고 생각됐다.
그러더니 얼마 전 그 녀석을 다시 만났는데 벌써 3번째 건물을 매입했다고 했고, 아무 월소득이 몇천은 될 것으로 보였다. 일단 차도 포르셰를 비롯해 독일 3차는 다 가지고 있었으며, 의사를 때려치우고 임대료만 받아도 충분히 살만한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옛말에 이런 말이 있다는데..
자기보다 10배 부자면 시기 질투하고
100배 부자면 두려워하고 1000배 부자면 그에게 고용당한다는데,
솔직히 이제 그 녀석은 나보다 100배 부자가 된 거 같아 존경심마저 든다. 나도 부동산은 아니지만 주식으로 수익을 꽤나 낸다고 생각했지만 이 녀석에 비해서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구나 싶다. 아마도 내가 주식으로 100 짤 종목을 가지지 않은 이상 이 녀석의 발끝도 못 따라가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렇다고 이 녀석을 시기 질투하는 마음보다는 존경스럽고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내 주변에 유일하게 본인의 능력으로 이만큼 부를 이룬 녀석이기에 많은 것을 배우고 나 또한 그렇게 되려고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녀석은 좋은 녀석이다. 나를 만난 때마다 좋은 저녁을 먹는데 나한테는 돈을 내지 말라고 늘 말하는 친구이기 때문이다! ㅎㅎ 물론 비용청구로 절세하는 방법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너무나도 커 저버린 나의 친구 OOO야~ 너가 지금 의사된건 다 내 덕이다! 나랑 같이 그날 아이스크림 안먹으면 너도 지금쯤 나처럼 회사생활하고 있었을텐데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