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선 중년
‘혼자’였다면 선뜻 나서지 못했을 날씨에도
‘함께’ 걷는 길은 언제나 즐겁고 복되다.
내가 ‘함께 걷기’를 시작하며 알게 된 것 중 하나는
‘길’을 완성하는 것이 날씨와 경치만은 아니라는 깨달음!
길 위에서 만나게 되는 건축물,
자연과 공간이 만들어내는 조화와 아름다움도 좋지만
그 안에 흐르는 의식의 역사, 촘촘하게 짜인 문화,
오고 간 인류의 꿈과 좌절…. 등이 담긴 스토리텔링과
시공간을 나누어 쓰면서 그 스토리텔링에 공감하며
함께 머문 누군가들이 있다면
궂은 날씨에도 감사하고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로 조용히 혼자 지내기를 선호하던 내가
느닷없이 그것도 혼자 ‘걷기’에 나섰을 때
혹자들은 의아해했다.
그들은 늘, 내가 걷는 이유를 궁금해한다.
그러게 난 왜 걷고 있는 걸까?
분명한 것은, 내가 길을 나서는 이유가
적어도 망막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는 아니라는 것!
그래서 향하는 장소나 눈앞에 펼쳐지는 것들이
나에게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내가 길에서 찾고 싶은 것은
낯선 곳, 낯선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즉흥적인 특별함과 섬세한 자극!
굶주린 동물이 먹잇감을 찾아 헤매듯
모든 익숙한 것들이 뿜어내는 지루함과 무기력에서
나를 건져내 줄 직관과 인사이트면 충분하다.
난 길 위에 선다,
나를 흔들어 깨울 그 무엇에 대한 설렘으로..
*국립중앙박물관
*용산 가족공원
*용리단길 : 카페 도토리, 카페 테디뵈르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