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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영 Apr 24. 2024

20대 초, 나에게 찾아온 공황과 불안(3)

향정신성 약을 복용한다는 것

태어나 처음으로 향정신성 약을 먹게 되었다. 약을 2-3주마다 바꿔가면서 몸에 적응시키는 과정을 할 때면, 차라리 입원을 하는 게 나을 것만 같았다. 몸도 마음도 지쳐갔다.

내 병에 관해 회사에 공유했고, 업무 조정을 받았다. 집중력 약으로 남용되며 이름이 알려진 ‘콘서타 OROS’의 복용이 시작되었다. 나는 집중력 결여로 의사 진단 하에 치료 목적으로 복용을 하게 된 거라 공부 잘해지는 약이다 하는 건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다. 그리고 할 수만 있다면 난 콘서타 복용을 안 하고 싶은 사람이다.

콘서타 처음 복용하던 주는 정말 끔찍했다. 모든 인간의 욕구가 사라졌다. 식욕이 아예 사라졌다. 콜라만 마셨다. 콜라, 영양제, 치료제. 이게 그 당시 내가 섭취하는 영양분의 대부분이라고 말해도 과장이 아니다. 일정 기간 18mg를 복용하고, 없어진 식욕에 적응했지만 어느새 27mg으로 약 용량을 올려야 하는 시기가 와버렸다.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 없다고 생각한 나는 치아시드, 오트밀, 요거트, 카카오닢스로 요거트볼을 매일 만들어 아침으로 꼬박꼬박 먹었고, 그 후 약을 복용했다. 처음 콘서타를 복용했을 때보단, 확실히 대비를 하고 있던 터라 적응 단계를 이전 보다 더 잘 버틸 수 있었다. 약을 받으러 내원하는 날이었다. 원래라면 그날 콘서타 약을 27mg에서 36mg으로 약을 올려야 했지만, 또다시 적응하는 게 무서워서 한 달만 더 같은 용량으로 복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콘서타 27mg을 한 달 더 복용하던 3 주째가 지날 무렵 내가 다시 고장 나기 시작했다.

그동안 몸이 같이 복용하고 있던 약이나, 콘서타 27mg에 완전히 적응한지라 집안일, 업무, 대외활동, 취미생활, 자기계발 등 이전보다 훨씬 윤택하게 생활하고 있었다. 하지만 약이 딱 일주일 치 남았을 무렵 난 내가 해야 하는 일을 하나 둘 잊어버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심지어 약을 챙기는 것 그리고 먹는 것조차 잊었다. 외부 자극에 취약하단 걸 인지하고 있어서, 유튜브나 OTT를 아예 보지 않고, SNS를 모두 끊었다. 주말마다 자전거를 타거나 줌바를 하고, 책과 노래를 들었다. 그런데도 내 몸은 내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다시 변하기 시작했다. 나는 극도의 우울감에 시달리고 불안하고 괴로워하고 있었다.

병원에 내원해서 진료를 받았다. 근래 내가 느낀 우울감이나 다양한 몸의 이상 증상을 말씀드렸다. 결론적으론, 내 고집으로 콘서타를 27mg으로 지속 복용한 게 화근이었다. 그리고 그 여파로 약 먹는 걸 잊었던 날들은 불이 난 차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던 것. 의사 선생님의 입장에선 머피의 법칙처럼 너무나 당연한 수순으로 보였을 것이다. 그 후, 나는 복용하던 콘서타의 용량을 36mg으로 증량했다. 그리고 또 여전히 약에 적응하는데 힘들어하고, 호전되지 않아 연차를 내고 약이 얼른 몸에 적응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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