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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영 Apr 24. 2024

20대 초, 나에게 찾아온 공황과 불안(2)

불 꺼진 방 안에서 살아온 날들

집 근처 정신과 병원을 방문하게 되었다. 초진인 지라 간단한 정신 건강 설문을 했다. 그리고 진료들로 들어갔다. 나는 여태 내가 느끼던 증상들을 의사에게 말을 했다.

• 원인 모를 불안함

• 심장이 두근거림

• 호흡이 빨라지고, 숨쉬기 버거움

• 손발이 저리고, 손과 발에서 맥이 크게 느껴짐

• 침대에서 일어날 수 없음(일상생활 불가능)

• 과도하게 잠

등등 당시 내가 느낀 증상들을 말했다. 의사는 공황/불안장애 같다는 말을 했고 일단 일주일 치 약을 처방해 주겠다 말했다. 그리고 뇌파검사를 하길 원했지만, 난 무서워서 다음에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렇게 취침 전의 먹는 항불안 제와 안정제가 처방이 되었다.

일주일이 지났다. 다시 내원하는 날이 왔고, 나는 이번에 뇌파 검사를 받기로 했다. 검사를 진행하기 전 난 당연히 내가 엄청나게 정상적이고, 아무 이상이 없는데 10만 원이나 내고해야 하는 검사를 의사가 왜 그렇게 적극적으로 권유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검사가 끝나고 결과가 나오는 데 시간이 걸렸다. 큰 의심 없이 검사 결과가 나왔다는 말에 진료실로 들어갔고, 진료실엔 의사 선생님과 나 단둘뿐이었다. 순간의 정적을 깬 건 의사 선생님의 한숨 섞인 걱정의 말이었다. “여태 어떻게 사셨어요?”라는 말로 진료 결과를 차근차근 나에게 설명해 주었다. 뇌파 검사의 결과지는 일반적으로 8가지의 각기 다른 뇌파를 색깔로 판명하는 결과였다. 결여가 되었다면 채도 높은 남 푸른색으로, 과도하게 분비가 된다면 적 붉은색으로 말이다. 정상 범위라면 초록색으로 보인다. 의사 선생님의 모니터 속 나의 뇌는 뇌 전체가 적 붉은색이거나 엄청나게 진한 남색으로 나와 있었다. 5미터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조차 알아볼 정도로 붉고 푸른색이었다. 이때, 무언가 잘 못 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난 정상인인데, 지금 이 병원의 환자 중 내가 제일 건강한 마음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자신만만하던 몇 분 전의 나는 사라졌다.

검사 결과를 간단히 말하자면, 나의 뇌에서 인간이 살아가는데 ‘안정’을 느끼는 뇌파는 전혀 활동을 하지 않고, ‘불안’을 느끼는 뇌파는 남들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게 활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덤으로 지금은 증세가 많이 호전된 것 같지만, 성인이 되기 이전 중증 ADHD였을 것이라 예상된다고도 말해주었다. 의사 선생님은 내 뇌파 결과를 계속해서 보시면서 의아하다는 듯이 그리고 많이 걱정이 된다는 듯이 여태 어떻게 살았냐는 말을 여러 번 되풀이하셨다. 지금 상태는 불이 꺼진 방 안에서 책을 읽는 듯한 일을 평생 하며 다들 이렇게 사는 줄 착각을 하고 살아온 것이라고 말해주었고, 치료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이제 불이 켜진 방에서 책을 읽는 것 과 같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리고 퇴사를 고려해 보고 현재 상황으로선 몸을 위해서 치료에 집중할 것을 여러 번이나 권유하셨다. 치료 기간은 대략 1년 정도 걸리고 약물 치료를 병행하면서 호전도를 보고 치료 기간을 더 늘릴지 고민해 봐야 한다고 했다. 일주일 치 처방되었던 안정제와 전혀 다른 약을 아침/점심/ 취침 약으로 나뉘어 먹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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