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영 Apr 24. 2024

영화 <가여운 것들> 과 함께 바라본 미래 인간의 윤리

마인드업로드와 뇌 이식, 인간의 존엄과 윤리는 고려되고 있나요?


   요즘 팟캐스트를 자주 듣고 있다. 생각의 확장에 큰 도움이 되기도 하고, 책에서 얼핏 읽었던 내용들이 왕왕 팟캐스트에서 다뤄질 때 이상한 쾌감이 들기도 하고, 정리가 안 됐던 생각들을 한 맥으로 엮어 이해시켜주기도 한다.

이 글은 요즘 정말 애정하며 듣고 있는 팟캐스트인 ‘개념 없는 철학’의 2화 <마인드 업로드한 ‘나’ 도 ‘나’일까?(인격 동일성의 문제) >를 들으면서 생각한 나의 개인적인 생각 확장의 글이다. 또, 크게 이 카테고리 자체는 여러 매체를 통해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고, 들었던 생각들의 확장이자 한 개인의 아웃풋이다.

일단 큰 틀은 마인드(정신) 업로드를 하여, 소프트웨어화된 인간의 정신은 나 자신이라고 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으로 시작된다.

위 개념을 드라마 화 한 시리즈가 생각이 났다. 아마존 프라임 드라마 시리즈 <업로드>에서 해당 개념을 그대로 가지고 와서, 먼 미래에는 사람들이 정신 혹은 의식을 디지털로 업로드해서 디지털 사후 세계 만든 것이고, 자세한 기억이지 않지만 재미났던 점은 살아있는 사람들과 이미 죽었지만 사후 디지털 마인드 업로드가 되어 다시 살아난 사람들의 소통도 가능하다. 디지털 업로드를 했기 때문에 당연히 살아있을 때의 기억, 욕구, 사랑 등 모든 것이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업로드 시즌 1 Upload, 2020

장르 | 코미디, SF, 드라마

국가 | 미국

분량 | 총 10부작

감독 | 데이나 레이드

출연 | 로비 아멜(네이선), 앤디 앨로(노라), 알레그라 로즈 에드워즈



사실 이 부분이 왜 나의 관심을 끌었고, 왜 주의 깊게 듣게 되었냐면, 현업에서 데이터 분석을 하고 있다. 지금은 엑셀이나 빅데이터 베이스에서 데이터를 뽑아 가공하고, 그걸 토대로 해결 방안을 도출 일을 하고 있지만 추후 더 딥하게 AI 나 데이터 분석 산업으로 나아갈 생각이다. 일단, 나는 문과생이기도 하고 비전공자이기 때문에 전공자들과는 사뭇 다른 방향으로 접근해야 경쟁력 있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될 것이다. 일단, 데이터를 구현하는 기술, 데이터를 도출하고 가공하는 기술, 그리고 그 데이터를 분석과 해석하여 결론적인 문제나 상황에 대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기술이 내가 지향하는 분야에서 필요한 핵심적인 기술 3가지이다.

해당 내용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인 차현나 작가의 <문과생, 데이터 사이언스 되다>에서 더 자세히 다뤄진다. 데이터 관련 입문자에겐 그리고 비전공자에겐 덧없이 양질의 책이니 꼭 읽어보는 걸 추천한다.


위에 말한 핵심적인 기술 3가지 중 마지막 부분인 데이터를 분석과 해석하여 해결 방안을 도출해 내는 기술은 사실상 인문학적 성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특기이자 문과생이 데이터 분야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강력한 무기이다.

글이 곁가지를 쳤지만, 대략적으로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마인드 업로딩이라는 개념이 내 생각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갑자기 문뜩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세계 각국에서 AI 기술력에 대한 경쟁에 열을 올리고, 현재 모든 관심과 트렌드는 인공지능에 향해있다. 이미 인공지능이 일상에 스며들어 있지만, 더욱더 사람과 같은 생각 체계를 가진 이타인류를 만들어가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고 느껴진다. 사실 느낌이 아닌 사실일 것이다. 더욱더 사람 같은 AI를 만들고, 인력을 대체할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으니 말이다. 여기에서 의구심이 생긴 점은,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AI 산업 속, 마인드 업로드와 같은 개념(인간의 영생을 향한 욕망)은 과연 인간의 존엄과 윤리를 기반으로 개발이 되고 있는가?

라는 의문이 들었다. 내가 알고 있는 IT/ 데이터 기반의 산업분야 대부분의 업계 종사자들은 이과 혹은 공학 계열의 전문가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을 개발한다는 것 자체의 의미부터 ‘인간과 가장 흡사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생각이 아닌가? 그렇다면 인간에 대한 근본적 연구분야인 인문학 계열의 전문가들이 주를 이루어 개발에 참여해야 하는 것이 사회 걱정하는 AI와 인간의 공존 속 예상되는 비윤리적 미래나, AI에게 지배되는 인류라는 모호한 공포감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고대 그보다 더 이전부터 인간은 인간에 대해 학술적으로 연구해 왔다. 철학, 심리학 등 물리적으로 보이거나 규정되지 않지만 ‘인간’ 라면 절대로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되는 분야다.


영화<가여운 것들 >포스터 출처: 네이버

최근 개봉한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가여운 것들> 또한 연결 지어 생각하게 되었다. 임신한 채로 자살한 엘리자베스를 고드윈 박사가 데리고 와서 시신의 뱃속 태아의 뇌를 이식하여 벨라 벡스터를 탄생시켰다.

자주 듣는 팟캐스트 프로그램 김혜리의 필름 클럽 205화에서 에서 해당 영화를 다루는데, 좋았던 부분이 ‘벨라’라는 인물을 ‘여성’이라는 사회적 표상으로 바라보지 않고, 고드윈 박사가 탄생시킨 기타 인류라고 생각하며 영화를 풀어나가는 방향성이 좋았다.


좋았던 부분이 너무도 많지만, 특히 좋았던 점을 한 가지 더 뽑자면, 고드윈 박사가 엘리자베스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걸 존중하고 있다는 걸 짚어준 부분이다. (영화 말미에 벨라 역시 고드윈의 죽음을 존중해서 , 건강한 신체에 고드윈의 뇌 이식하지 않고, 죽음을 받아들인다.) 고드윈 박사에겐 2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태아의 머리에 엘리자베스의 뇌를 이식한다 or 엘리자베스의 머리에 태아의 뇌를 이식한다. 고드윈 박사는 후자를 선택했다. 그는 엘리자베스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걸 존중한 것이고, 태아는 엘리자베스가 자살함에 따라 타의적으로 죽음을 당했어야 했지만, 고드윈 박사를 통해 벨라 벡스터라는 인생을 얻게 되었다.

영화 <가여운 것들>을 보고 나서 고드윈 박사의 실험과 마인드 업로드가 윤리적인 측면에서 동일한 선상에서 바라보는 것이 맞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명체에서 타 생명체로 뇌를 이식하는 것과, 인간의 뇌를 제본하여 육체라는 유한한 존재가 아닌 어느 소프트웨어가 되어 살아가게 된다는 것. 대상이 다를 뿐, 같은 맥락의 이야기로 들렸다. 그리고 AI라는 인공지능은 이 부분에서 어떤 식으로 인간의 영역에 들어올 것인가라는 불확실성이 느껴져서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고드윈 박사의 실험이나 마인드 업로드는 비윤리적인 행위라 느낀다. 하지만, 어느 쪽이 윤리에 가까운지 생각한다면 고드윈 박사의 실험이라 말할 것이다.

고드윈 박사는 자신이 다시 소생시킨 엘리자베스에게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게 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벨라가 자신이 누구냐고 물었을 때, 엘리자베스도 그의 자녀도 아닌 그 무언가라는 ‘벨라’ 자체의 고유성을 인지시켰다. 이 점에서 볼 때, 고드윈은 인격 동일성(Personal Identity) 그리고 수적 동일성을 정확하게 구분했다.

위에서 언급한 팟캐스트 프로그램 ‘개념 없는 철학관’에서 이야기한 예시를 빌려 말하면 간단한데, 나와 내 친구가 같은 기종의 핸드폰을 사용한다고 치면, 같은 기종의 두 대의 핸드폰은 외관, 모형과 소프트웨어, 하드웨어까지 완전하게 같지만 완전하게 다른 물건이다. 또, 다른 개념으로 접근하자면 두 핸드폰은 나란히 있을 수 있지만 동시에 어느 위치에(같은 시공간을 점유할 수 없음) 같이 있을 수 없다.

이런 여러 가지 측면으로 바라보았을 때, 기술 개발에만 미친 듯이 과속을 내고 있는 현 사회가 지금이라도 이러한 ‘인간’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연구와 개발을 진행해야, AI 업계 오너들이 말하는 AI 산업이 한 단계 더 진화된 인류를 만든다는 개념과 부합하지 않을까. 그래야만 비로소 인류와 AI의 공존이 인간에기 유의미한 새로운 차원의 문명화의 시작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추가로 말하는 건, 이 생각들은 나의 개인적인 생각 확장의 일부일 뿐이고, 내가 아직 모르는 다양한 분야의 논문과 가설 그리고 결론들이 있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19금 OTT콘텐츠 소비와 인간의 이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