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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영 Apr 26. 2024

아직 온전히 보내지 못한 A에게

서로를 가장 잘 아는 남이 되어버린 이가 씀


    이 연재 편지의 시작을 A에게 쓰는 편지로 하고 싶지 않았다. 과거에 나에게 보내는 편지로 시작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정말로 쓰고싶은 편지는, 전달하고싶은 편지는 그에게 향해있다.난 아직도 여전히 A를 내 마음에서 온전히 보내지 못했다. 어쩌면 이 연재를 핑계삼아 평생 전해지지 못할 이 글을 그를 향해서 쓰고 싶었다. 나는 과연 마지막으로 그가 했던 “이 관계가 싫증이 난 거 같아.”라는 말을 평생 잊을 수 있을까. 그리고 앞으로 A와 닮을 사람을 찾는 게 아닌 다른 사람을 더 큰 사랑으로 사랑할 수 있을까. 한 순간도 서로 없이 살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하던 우린 이제 없다. 같은 하늘 아래 어디선가, 각자의 삶을 살아내는 서로를 닮은 그리고 서로를 아주 잘 아는, 하지만 더 이상 만나지 못할 어느 두 명의 인생으로 남겠지.



안녕,

잘 지내고 있는지, 아픈 곳은 없는지 여전히 궁금해. 오랜 기간 가장 친한 친구이자 서로를 잊지 못해 친구인척 서로 곁에 머물렀던 우리를 생각할 때면 풋풋했던 우리가 그리워. 난 아직도 여전히 온전하게 너를 내 마음에서 보내지 못했어. 이제 너에 대한 소식을 그리고 나에대한 소식을 듣고 전할 수 없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아.


언젠가 네가 날 보러 비행기를 타고, 내가 사는 지역으로 와서 남몰래 여행을 하고, 걷고 떠들고, 맛있는 걸 먹고, 둘 다 전혀 어울리지 않지만, 물담배 가게에 들어가서 컥컥거리면서 물담배도 해보고 우리 둘만 간직한 기억들이 가득해.


내가 좋아하는걸 네가 좋아하는 게 당연했고, 네가 좋아하는걸 내가 좋아하는 게 당연해서 세상에 나와 똑같은 사람이 한 명 더 있다면 그건 서로 일 거라 굳게 믿었었지. 그래서 오랜 기간 서로 떨어져 있어도, 나는 너를 한 번도 아니 하루도 잊지 못했어. 사랑은 타이밍이라는 말도,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은다는 말도 다 우리 한텐 통하지 않는 말일 거라 생각이 들었는데, 착각이었을까.


오래도록 나는 날 위해 살아왔다 생각했어. 내가 열심히 살아낸 것도, 나를 꾸미는 것도 다 언젠가 만날 너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항상 있었던 거였어. 너의 옆에 부족한 사람이 되기 싫어서, 열심히 공부하고 쉬지 않고 달렸던 거 같아. 이걸 깨달은 날, 엄청 슬펐어. 우린 더 이상 만날 수 없으니, 내 목표도 사라졌어. 구차하게 내 병으로 널 붙잡고 싶었지만, 내가 그럴 거라는 걸 넌 너무 잘 알아서, 아픈 말들을 잔뜩 쏟아내고 모든 연락처를 지웠지. 이젠 네가 어디에 있는지, 무얼 하는지 아무것도, 찾아낼 수 없어. 그래도 너를 존중해. 네가 그런 선택을 할 정도로 많은 생각을 하고, 결정했을 테니까. 그래도 가끔 날 떠올려주면 좋겠어. 우리가 서로를 향했던 어리고 풋풋했던 마음을 그리고 추억을 오래 마음에 간직했으면 해. 아마 난 다시 널 마주 보면 처음 너에게 빠졌던 것처럼, 사랑에 빠질 거야. 그래서 네가 완전히 나의 곁을 떠난 것일지도 모르지. 나보다 어쩌면 날 더 잘 아는 너일 테니.


사랑이란 걸 앞으로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이 들었어. 네가 아닌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싶지 않다는 말이 더 맞겠지. 아직 너를 내 마음에서 보내지 못 한걸 보면, 난 여전히 그런 사랑을 찾지 못한 것 같아. 아주 오래 , 정말 오랜 시간이 흘러 너와 내 삶에 우리의 사랑보다 더 큰 사랑이 찾아오게 된다면, 마음으로 너에게 짧은 인사를 하고 그 사람을 후회 없이 사랑할 거야. 그러길 희망해. 너와의 모든 시간 속에서 너에게 받은 위로, 그리고 따스한 마음은 오래오래 잊지 않고 간직하려 해. 오랜 기간 서로가 서로였던 우리는 전혀 다른 서로가 되겠지만, 그때에도 여전히 널 있는 그대로 연인이나 친구가 아닌 그저 인간 자체로 널 사랑할꺼야. 언제나 어디이서나 너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넌 충분히 그럴 자격있는 사람이고, 내 평생 잊지 못할 만큼 멋진 사람이야. 이전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너는 빛나는 사람일꺼야. 너에게 내일은 항상 덜 아프고 더 많이 행복한 날이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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