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불편함을 참지 않기로 했다
나는 매주 영어 회화 모임에 참석한다.
영어 덕후답게 영어 회화 모임도 여러 개 참석하는 중이다. 그중에서 가장 오래 참석한 영어 모임은 올해로 참석한 지가 벌써 3년이 훌쩍 넘었다.
만약 내가 영어 회화 모임을 정의한다면, 영어를 곧 잘하는 사람들(영어 감각을 잃고 싶지 않아 모임을 찾은 해외파 등)과 영어를 잘하고 싶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영어로 대화를 나누는 장이라고 생각한다.
영어를 잘하고 싶은 사람들의 이유를 들어보니 보통은 '해외여행에 가서 불편하지 않으려고 영어를 다시 시작했다'라는 대답을 하는 편이다.
영어를 다시 시작하고서 가장 인상 깊었던 해외여행 경험은 약 5년 전쯤 갔던 오스트리아에서 생겼다.
그 당시 나는 아는 언니와 함께(언니는 영어로 말하는 걸 잘 몰라도, 외국에서도 번역기 어플을 돌리며 당당하게 여행하는 스타일이다) 겁 없이 유럽으로 떠났다.
유럽에 가기 전 나는 내가 가는 나라들의 매너와 역사적 배경 등을 조사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나름 계획형 인간으로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그 일이 일어났다.
언니와 내가 오스트리아에 갔을 적에 있었던 일이다.
언니가 오스트리아에서 가고 싶은 식당이 있다고 했고, 그곳은 분위기도 좋고, 맛도 좋아서 이미 소문이 난 터라 식사 대기줄이 꽤 길거라고 했다. 방문해 보니 언니의 말이 맞았다.
우리는 1시간 정도 바깥에서 기다려야만 했다.
드디어 언니와 함께 메뉴를 정했고 주문을 하고자 서빙을 하시는 분과 눈을 맞추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직원분들이 우리와 눈이 마주치고, 우리의 살짝 든 손을 여러 번 못 본 척 지나가기 일쑤였다. 우리보다 늦게 입장한 테이블들이 주문을 받는 것을 목격하자 마음이 급해진 우리는 급기야 손을 하늘 위로 번쩍 들었다.
(* 오스트리아에서는 식당이나 카페에서 손을 들거나 소리쳐서 직원을 부르는 건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고 한다. 대신에, 직원과 눈을 마주치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거나 손을 살짝 들어 조용히 신호를 보내는 방식이 더 예의 바르다고 들은 적이 있다)
그러고 나서야 음식 주문을 할 수 있었고, 언니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기다렸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났다.
우리가 주문한 고기(폭립(pork ribs))에 머리카락이 발견되었다.
꺼낼 수 있으면 꺼내고 먹을 텐데 고기 뼈와 고기 사이에 깊숙이 엉켜있어서 빼지도 못하고 영 비위가 상했다.
그래서 다시 한번 직원들과 눈을 맞추려고 노력했으나 그들은 눈길이 마주쳐도 우리를 지나쳐갔다.
손을 들어보았지만 소용없었다.
언니와 나는 지친 마음으로 식사를 대강 마쳤다. 그리고 황당하면서도 인생에서 잊지 못할 일은 그 후에 펼쳐졌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대에 가니 직원이 영수증에 뭔가를 끄적였다. 그리고 내가 음식값의 몇 프로를 팁으로 줘야 한다고 하였다.
좀 황당했던 게 여행 전에 오스트리아에 대해 검색해 보니 팁은 필수가 아니라고 했다.
그런데 음식이나 주문이나 최악의 서비스를 제공해 놓고 팁을 당당하게 요구하니 황당했다.
그러나 나는 동방예의지국의 시민답게 최대한 매너를 갖추고 말했다.
나는 그에게 차분한 목소리로 음식에 머리카락이 들어있었다고 전했다.
그러자 그는 어떤 공감이나 사과 없이
"그랬으면 진작 말하지 그랬냐"라는 식으로 말했다. 그러자 순간적으로 억울한 마음이 올라왔으나 참았다.
그리고서 "제가 여기 서빙하시는 분들께 말하고자 여러 차례 시도를 했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의 요청을 보고도 무시하며 우리를 지나쳐갈 뿐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꽤 고압적이었던 직원은 한숨을 쉬며 팁은 안 줘도 된다고 말하였고 그렇게 상황은 종료되었다.
내가 영어 왕초보였기에 영어로 누군가와 언쟁을 벌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황당한 상황 속에서 내가 아는 모든 단어들을 동원하여 내 의견을 당당하게 말했던 내가 스스로 자랑스러웠다.
사실 영어를 다시 시작했던 이유는 그저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멋져서였지만 시간이 지나니 그 이유가 달라졌다.
이제는 영어를 배우는 가장 큰 이유는 누군가와 원활하게 소통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 커버 사진 출처: unsplash(restaurant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