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제가 좀... 무례했나요?

정중하게 말하기에 대해

by 레이첼

보통 나의 자기소개에서 직업을 말하면, 상대방은 이렇게 반응한다.
“와아, 영어 엄청 잘하실 것 같아요!”
그럼 나는 순간 머쓱해진다. 나는 아직 나 자신을 영어를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내가 맡은 반 학생들을 잘 가르치기 위해 출퇴근길에도 영어 공부를 하고, 학생들이 원에서 잘 지낼 수 있도록 생활지도도 고민하고, 수업도 철저히 준비한다. 그래서인지 현재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의 반응은 꽤 괜찮 편이다.

하지만 누군가 내게 “그런데 왜 영어를 잘한다고 느끼지 않아?”라고 묻는다면, 아마 나는 이렇게 말할 것 같다.
“아직 영어로 정중하게 말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에요.”




공손한 말, 그 어려움


사실 모국어인 한국어로도 정중하게 말하는 건 늘 쉽지 않다.
상대의 마음을 배려하면서도 내 의사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일은, 생각보다 더 섬세하고 어렵다. 하물며 영어라면 더욱 그렇다.

예전에 함께 일하던 영어학원 직장 동료 민정(가명)씨는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민정씨는 외국에서 대학교를 다녔고, 직장 생활을 몇 년 한 경력이 있다).
“우리가 하는 영어는 외국인에게는 조금 직설적이고 강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거 같아요. 그래서 가끔 오해나 갈등이 생기는 건 않을까요?”
그 말을 듣고 나서 내가 썼던 영어는 어땠는지 돌아보게 됐다.




“No thank you.”만으로는 부족할 때


영국에서 공부했던 내 친구 현준이(가명)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그는 대학 시절, 외국인 친구들이 파티에 초대했을 때마다 정중하게 거절한다고 생각하며 “Sorry, but no thank you.”라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후, 그는 그 무리 속에서 차가운 사람으로 인식됐고, 이후엔 스몰토크조차 끼지 못했다.

그때 현준이는 이렇게 말했어야 했다며 아쉬워했다.
“초대해 줘서 고마워. 그런데 시끌벅적한 파티는 좀 내 스타일이 아니라서... 나중에 다른 활동이 있으면 꼭 같이 하고 싶어.”
같은 ‘거절’이지만, 말하는 방식에 따라 마음의 온도는 전혀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출처: Unsplash('regret')




영어는 존댓말이 없을까?


예전에 영어 모임에서 어떤 분이 내게 이런 말을 한 적 있다.
“영어는 존댓말이 없어서 오히려 말하기 편하지 않아요?”

그 순간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내 생각엔, 영어도 분명히 상대를 존중하며 말하는 방식이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May I go to the bathroom, please?"

("제가 화장실에 가도 될까요?")
이건 정중하게 요청하는 문장이다.
반면에 단순히 “Bathroom.(화장실이요)”이라고 말하면, 같은 의미지만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둘 다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뜻이지만, 말하는 태도에서 받는 인상은 전혀 다르다.




말이 닿는 그 순간, 무례하지 않기를


이 글을 쓰며, 문득 내 외국인 동료들이 떠올랐다.
부디 내가 쓰는 말과 글이 그들에게 닿을 때, 무례하게 느껴지지 않기를.
내가 진심으로 함께 협력하고 싶다는 마음이 전달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래서 외국인 동료에게 업무 요청을 할 때면, 카카오톡 메시지 하나도 그냥 보내지 않는다.
“이 표현, 괜찮을까? 좀 더 공손하게 말하려면 어떻게 써야 할까?” 하고 챗GPT에게 묻는다.
서툰 언어일지라도, 존중하는 마음만큼은 온전히 전해지기를 진심으로 바라기 때문이다.


'나는 신에게 정중하게 말하고싶어요.'라는 마음이 닿기를.

출처: Unsplash('message')

표지 출처: Unsplash('wo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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