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다 글이 편한 사람의 넋두리
독서 모임에서 내가 읽은 책에 대해 이야기하면, 멤버들은 조리 있게 말한다고 종종 칭찬해 준다.
하지만 사실 말하는 동안 내 마음은 늘 긴장으로 가득하다. 말을 마치고 나면, 방금 했던 말을 곱씹으며 실수는 없었는지, 괜히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반성할 때도 있다.
반면 글을 쓸 때는 마음이 편하다. 글솜씨에 대한 칭찬을 자주 들은 건 아니지만, 이상하게 글을 쓰는 시간만큼은 온전히 나로서 존재하는 듯한 안정감이 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문의할 일이 있다면 전화보다는 문자나 메신저로 남기는 걸 더 좋아한다.
나는 글이 가득한 편지를 참 좋아한다.
편지를 받는 것도, 쓰는 것도 모두 좋다. 친구나 가족, 연인에게 속상한 일이 있을 때 진심이 담긴 편지를 받으면 마음이 금세 풀린다. 활자로 전해지는 마음의 온도는 생각보다 따뜻하고 오래간다.
만약 내가 다음에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이 있다면, 아이들과 함께 글을 쓰고 나누는 독서 논술 선생님이 되고 싶다.
아이들의 솔직한 말투, 엉뚱하지만 반짝이는 상상력으로 가득한 글을 읽는 일이 얼마나 따뜻할까. 그 글 속에서 아이들의 진심을 발견하고, 함께 웃고 고민하며 글로 연결되는 순간들을 만들어가고 싶다.
그런데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영어 강사 일도 내가 이루고 싶었던 꿈 중에 하나였다.
영어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느낀 건, 대부분의 아이들은 듣기와 말하기 실력이 먼저 빠르게 성장하고, 읽기와 쓰기 실력은 그보다 느리게 따라온다는 점이다. 그래서 영어 글쓰기 실력을 쌓는 건 많은 아이들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여전히 어렵게 느껴진다.
나 역시 영어 실력 중에서 ‘쓰기’가 가장 약했기에, 실력을 늘려보겠다고 영어 일기를 썼던 적도 있다.
하지만 그때는 문법도 단어도 엉망이라, 지금 그 일기를 보면 얼굴이 화끈거릴 만큼 민망하다. (그때 왜 그렇게 자신만만했을까!)
지금도 여전히 영어로 글을 쓰는 건 어렵지만, 언젠가는 영어로도 즐겁게 글을 쓰고, 또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지금 내가 한글로 글을 쓰는 걸 좋아하듯, 영어 글쓰기도 따뜻한 마음으로 즐기고 싶다.
그래서 이번엔 다시 영어 일기를 시작해보려 한다.
예전처럼 혼자 엉망으로 쓰는 대신, 이제는 AI의 도움도 받으며 더 나은 글을 써보려고 한다.
AI를 거치면, 내 영어 글도 조금은 더 근사해지지 않을까? 그렇게 믿으며 다시 한 줄이라도 꾸준히 써 내려가 보려 한다.
표지 출처: AI 생성 이미지 (ChatGPT with DAL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