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징조-5. 잠시 쉬어가는 오아시스

2장 징조

by 우주의메신저

5. 잠시 쉬어가는 오아시스


게임은 중독이 아니라 오아시스였다. 물 한 방울 없는 사막을 정처 없이 걷다가 발견한 샘물이 있는 그곳. 일본에서 살았을 때 나와 엄마는 선율 이를 데리고 작은 공원 놀이터에 가곤 했다. 놀이터는 아이들과 엄마들로 항상 북적거렸다. 엄마들은 아이들이 노는 동안 다른 엄마들과 원을 형성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이 날은 아이들끼리 동그랗게 원을 형성하고 모여서 게임에 열중하고 하고 있었다. ‘야, 나가자.‘ 하고 서로 눈짓을 하며 신호를 보냈다. “와! 애들이 전부 다 게임을 하고 있네. 우리 선율이 가 저거 보면 게임하고 싶어 할 텐데, 절대로 물이 들면 안 되지.” 라며 엄마와 나는 눈짓을 하고는 슬그머니 선율 이를 데리고 공원을 나왔다.


귀국 후 다음날, 첫째 동생이 핸드폰 대리점으로 엄마와 나와 선율 이를 데려갔다. 동생은 “애가 밖에 나가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핸드폰은 애한테도 하나 들려줘야 돼.” 라며 아이의 핸드폰도 개설했다. 그리고 피시방에 갔더니 선율이 와 동갑인 사촌인 태민이가 왔다. 사실, 선율이는 그다음 해에 태어날 예정이었다. 그런데 7개월 3주 만에 태어났기 때문에 다음 해 2월에 태어날 예정이 해가 바뀌기 전인 12월에 태어나서 태민이와 동갑이 된 것이다. 그렇게 원래는 형이 되었을 태민이와 만나자마자 바로 친해졌다.


“너 이 게임 알아?” 태민이가 선율이 에게 물었다. “아니, 어떻게 하는데?” 선율이 가 묻자 태민이는 “핸드폰 이리 줘봐.” 라며 선율이에게서 핸드폰을 건네받고는 앱 스토어에서 앱을 다운로드하고 게임 방법을 알려 주며 함께 신나게 놀기 시작했다. 이렇게 귀국 후 우리는 매일 집에 있지 않고 피시방에 가서 동생 일을 거들어 주었다. 그리고 내가 일을 하고 있는 동안 선율이 도 자연스럽게 피시방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런 선율이 가 중학생이 되고부터 하교 후에 4시에 집에 돌아오면 30분 후에는 동네 수학 학원에 가야 했다. 6시에 끝나면 6시 30분부터 온라인 줌 수학이 10시까지, 혹은 내가 좋아하는 송요섭 작가님의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글쓰기 수업. 선율이는 이 수업을 참 좋아했다. 원래는 1인 지식창업 분야에서 천재라고 소문이 자자한 작가님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나폴레옹 힐의 ‘성공의 법칙’을 매주 16강으로 나눠서 무료 강의로 진행하셨다.


나는 매주 그 강의를 들으면서 송작가님이 어떻게 새로운 사업을 진행하는지 그 과정도 함께 목격했다. 나 또한 그 강의를 직관하면서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에너지를 받았다. 작가님은 사무실을 이전하면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글쓰기 과정을 신설했다. 나는 송 작가님의 스타일로 봐서 지금이 아니면 절대로 그런 수업을 들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이에게 그 수업을 권했더니 꽤 흥미로워했다. 3시간 이상을 꼼짝 않고 글쓰기에 집중해도 전혀 지치지 않을 정도로 선율이는 그 수업을 가장 좋아했다. 선율이는 창의력이 좋아서 나중에는 짧은 창작 소설도 곧잘 쓰게 되었다. “웹 소설가 해도 되겠다.” 나에게 없는 재능을 갖고 있는 게 부러운 한편, 아이의 장래를 상상하자니 내심 흐뭇했다.


선율이는 의욕에 불탔다. “대학도 들어가고 해외 유학도 갈 거야.” 내심 공부 의욕을 내비쳤다. 글쓰기와 수학 수업이 끝나면 바로 집 앞 특공 무술에서 11시까지 운동하고 그 후에 영어 온라인... 12시까지 이어졌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사실 제대로 밥 먹을 시간도 없었던 것 같다. 그때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아이의 일과가 지금에 와서 돌이켜 보니 “숨 막히는 생활을 아이가 온전히 감당했었구나. “ 라며 뒤늦게 깨달았다. 그렇게 선율이 가 자투리 시간에 잠깐 하는 게임이 중독이었을 리가 없다. 그것은 선율이 에게 숨 막히는 일상을 씻어 내릴 수 있는 생명수이자 오아시스였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20화2장 징조-4. 운동도 못하는 아이